위력 더해가는 블록체인, 금융권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2016년 3월말 발행한 ‘금융IT 혁신(革新)과 도전(挑戰)’ (상반기호)에 게재된 내용중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e북 또는 인쇄판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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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Opinon]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술
글 : 백승은 LG CNS 컨설팅 위원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용어는 아마 ‘핀테크’일 것이다. IT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또는 금융기업을 통해 간접 제공하는 형태의 기업들을 핀테크 기업으로 부른다. 수익모델 역시 핀테크 기업이 직접 독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협업을 통해 금융기업 브랜드로 제공하거나 해당 기술을 금융기업에 일회성으로 납품하는 형태가 많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이 위기를 겪으면서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기존 제도권 금융회사들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이후에도, 대형 금융회사들은 고임금, 고성과급 파티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소비자들은 폭발했다. ‘We are the 99%' 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2011년 가을 뉴욕 월스트리트가 점령을 당했다. 이른바 ’Occupy Wall Street(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이다.
이후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들이 나타났다. 핀테크 기업들이 활발하게 창업됐다. 그들은 단순 중개기관애 머무르던 금융회사의 역할을 파격적으로 대체했다. 금융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와 공급자를 직접 연결하는 탈금융현상(Financial Disintermediation)이 나타났다.
핀테크는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다. 정보의 독점을 통한 기존 중앙집중식 금융거래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Disruptive Innovation)인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및 모바일과 같은 급속한 기술의 범용화, 경제적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도들이 분출됐다. 과거 소수의 히피, 자유주의자들의 핀테크에서 이제는 정부와 기존 금융권이 투자하는 ‘주류’로 자리잡게됐다.
공유경제 플랫폼의 급속한 성장
그렇다면 ‘중간상’(Middle-men)이 과감히 생략된 모델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금융서비스에만 국한될까. 그렇지 않다. 단기적 공유 모델로서 이미 Uber, AirBnB, 장기적 물물교환을 위한 Craigslist, 또 선택적 공유를 위한 KickStarter, Zopa와 같은 서비스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 성공적인 사업모델로 이미 검증을 받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P2P 플랫폼 또는 공유경제 플랫폼이라고 한다.
‘한계비용 제로사회’ 라는 저서에서 제레미 립킨(Jeremy Rifkin) 미국 Wharton school 교수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운송수단의 혁명이 몰고 온 제3산업혁명이 기업들의 한계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생산을 위한 고정비용을 회수할 수 없게 되고 이는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막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는 현상은 음악, 영화 등 미디어상품을 소리바다, Napster 등을 통해 공유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우선적으로 경험한 산업들의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유도하기 위한 대안은, 독과점을 허용하여 가격을 올리거나, 또는 생산비용(고정비)을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분산하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업들은 후자의 방식을 택해 유료화서비스로 전환하여 소비자에게 징구한 정액의 수수료를 공급자에게 배분하는 형태의 서비스로 전환하여, Apple사의 i-Tunes와 같이 킬러 서비스플랫폼을 개발하게 됐다.
지난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Uber사는 공유된 차량의 운전기사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모바일앱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운송사업에 공유경제 모델을 도입했다. 2014년 300개 이상 도시에 4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Uber는 2015년 7월 진행된 외부 펀딩에서 Facebook보다 2년이나 빨리 기업가치 500억 달러의 평가액을 달성했다.
앞서 2008년 8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AirBnb는 190개국 3만40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빈방 소유주와 여행객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로 2015년3월 200억달러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다. 자동차, 집을 공유하는 모델에서 나아가 제품화를 위한 아이디어 및 자금협력 모델로서 Kickstarter의 부각은 공유경제의 새로운 모델로서의 신선함을 제공했다.
공유경제 모델의 급부상은 산업 전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PwC는 P2P 렌딩/크라우드 펀딩, 자동차, 숙박, 미디어, 온라인 인력조달 등의 공유경제 규모가 2013년 150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3350억 달러로 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특별한 제한없이 코드를 학습, 사용, 배포할 수 있는 Open Source Software(OSS)는 연간 600억달러의 소비자 비용을 절감시킨다. OSS는 1997년 미국 보스톤 출신 Software 개발자, 저술가인 Eric Raymond가 발표한 ‘The Cathedral and the Bazaar'에서 해커 커뮤니티와 무료 소프트웨어 원칙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Netscape사가 인터넷접속 웹 브라우저 프로그램인 Netscape Navigator를 공개하고, 이는 뒤이어 Mozilla Firefox, Thunderbird 등의 기반으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IoT(사물인터넷)시장을 만나 급성장하고 있다.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회로도, 자재명세, 각종 도면 등을 대중에게 공개한 전자제품으로서 하드웨어 제작관련 특허 라이선스도 없고, 필요한 리소스가 모두 공개되어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신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아두이노’, ‘라즈베리 파이’등 다양한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과 온라인 정보공유 커뮤니티의 활성화, 드론, 3D 프린터와 같은 디지털 제조기술의 각광이 자리 잡고 있다.
P2P기반 Crypto-currency, Bitcoin과 블록체인
P2P기술을 활용한 가장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단연 비트코인(Bitcoin)을 꼽을 수 있다. 2008년 10월 Satoshi Nakamoto가 발표한 논문에서 시작된 OSS, 암호화 기반, P2P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2009년 1월부터 중개기관 없이 Node간의 자유로운 가치 이전, 측정과 저장이 가능한 통화로서의 핵심 기능을 온라인공간에서 수행하고 있다.
물론 실물 가맹점수의 제한성, 온라인이 아닌 실물지폐로의 교환이 불가함에 따른 제약성이 있기는 하나, 2015년 9월 현재 1BTC에 230U$의 환율로 거래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비트코인의 사업적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제도권 금융시장에 하나의 투자 상품으로서 생존하며 현 체제와 공존할 것인가, 아니면 달러, 파운드, 엔 등 글로벌 화폐를 대체하는 글로벌 단일 국제통화로서 지위를 확보하여, 진정한 변화(Disruption)의 주체로 경제 민주화를 달성할 것인가.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비트코인과 관련하여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비트코인의 이중지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적 기반인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다. 사이월드의 도토리, 각종 포인트 등 사실 가상화폐의 개념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러나 중앙 서버가 존재하지 않는 P2P기반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차별점은, 발행예정량이 2,100만 BTC로 한정돼 있다는 점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별도의 중개기관없이 이중지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중지출 문제는 화폐 실물이 없는데 따라, 간단한 복사만으로 중복 사용이 가능한 문제로서, 비트코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가 이뤄질 때 마다 모든 거래를 정해진 시간 내(약 10분)에 하나의 블록(Block)으로 묶어 체인처럼 연결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즉, 10분 단위로 발생한 모든 거래를 블록으로 묶어 블록을 시간 순서에 따라 하나의 체인처럼 연결하여 전체 네트워크상에 공유하는 일종의 분산된 공공장부와 같은 기법이다.
결국, 원본 블록체인은 가장 긴 거래길이를 가지고, 네트워크상의 모든 노드(Node)들이 동일한 장부를 보유하고 있다. 노드상의 누구나 확인 가능한 투명성과 수많은 노드들 중 50% 이상을 해킹해야 하므로 위변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은 글로벌 비트코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2015년 상반기에만 3억7500만달러가 투자됐다. 2014년 전체 투자액보다도 11% 많은 규모다. 투자받은 스타트업들의 주요 사업영역도 초기 거래소, 지급결제 중심에서 금융서비스,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과 다양한 활용 사례
블록체인 기술의 거래 투명성과 보안성 확보라는 분산 공공장부 특성은, 가상화폐 영역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목표로 ‘비트코인 2.0’의 기치 하에 Ethereum 등에 의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암호화 기반 가상경제 구현을 위한 기술적 플랫폼 또는 개발 프레임워크인 Ethereum은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라고 하는 계약관계의 검증및 확인을 지원하는 프로토콜을 구현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확장해 비트코인 네트워크외에 별도의 사용자 목적을 위한 독자망을 구축하는 사이드 체인(Side-chain)기술은 시스템 사용 및 화폐 또는 다양한 금융상품 발행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IoT 영역에서도 IBM이 2015 CES 행사에서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Adept(Autonomous Decentralized P2P Telemetry) 플랫폼으로 제품 생성, 이력, 워런티 등에 대한 서비스를 시연하기도 했다.
특히 금융상품 발행 및 유통 영역에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 NASDAQ거래소가 진행중인 NASDAQ Private Market 거래에 대한 블록체인 장부 프로젝트다. 2015년7월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체인(Chain)사, NASDAQ 자회사인 NASDAQ OMG사와 공동으로 비공개기업에 대한 정보제공 및 거래장부로서의 파일럿 적용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올해 연말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시행되는 지분형 클라우드 펀딩 제도의 시행에 발맞춰 성장가능성이 높은 유망한 스타트업의 활성화를 위해 비상장기업의 주식 사모발행 및 유통을 위한 유통플랫폼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비상장주식 거래소인 K-OTC 등이 2014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거래 종목 및 참여자의 제한성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더욱이 예탁원에 집중예탁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거래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어서 스타트업 임직원들의 핵심 인센티브 중 하나인 스톡 옵션의 효과성 제고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LG CNS는 국내 비상장기업 주식에 대한 유통플랫폼으로서 블록체인 장부기술 적용을 위한 P2P 장외주식 유통플랫폼 서비스인 ‘B-Trading’을 개발중이다. 이는 기존 거래관행 대비, 거래의 완결성 제고를 위한 보증금제도 적용, 매도매수자간 쌍방 계약서에 대한 블록체인 공증효과, 1:1 상대매매를 지원하는 협상용 채팅기능 제공 등을 통해 거래의 완결성을 확보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다.
[그림1. B-Trading 서비스 구성]
더욱이 장외주식 이외에 장외채권 거래의 경우, 주요 투자자가 기관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거래 빈도 및 규모(채권거래의 70%이상이 장외거래이며 최소거래단위가 100억원 규모임)에서 장외주식 대비 현저히 두드러진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블록체인 장부기술 적용을 위한 주요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NASDAQ 등 거래소와 달리 주식이나 채권을 직접 발행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는 기업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1999년 설립된 미국 유타주 온라인 쇼핑몰사인 오버스톡(Overstock)이다. 이 회사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세계 최초로 250억 규모의 디지털 회사채를 사모방식으로 블록체인 장부를 활용해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함께 글로벌 회계법인인 딜로이트도 기업 회계감사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감사대상기업의 회계 거래내역을 블록체인망에 등록함으로써 감사 절차의 신속성 및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버클리음대는 저작권료 지급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해 뮤지션들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온라인을 통한 음원 구매를 위해서는 중개사이트를 활용해야 하므로 중개사이트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였으나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이제는 뮤지션과 소비자간 음원거래 직접 가능하게 됐다.
이외에도 블록체인 기술은 부동산 거래, 자동차 등록 및 유통, 선거명부 및 투표, 기업의 주주명부 및 주주총회 투표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확인 가능한 투명한 공개장부로 활용되어, 익명성 기반의 프라이버시 보호, 분산된 정보관리를 통한 위변조 예방의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미래와 금융 소프트웨어 역량
최근 R3CEV 가 중심이 되는 미국 유럽 일본의 42개 대형은행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금융기관간 거래에 대한 플랫폼을 구축 중에 있다고 언론에 발표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금융기관들도 해당 네트워크에 초기에 참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금융거래 인프라가 금융선진국을 중심으로 구축될 경우, 또 다시 국내금융기관들은 그들의 인프라에 종속되어 고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간 국내 금융기관들은 주로 간편결제,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분야에 관심이 집중된 경향이 있었고, 더욱이 핀테크 기업들과의 협업관계에서도 적정한 대가 지불이나 투자보다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Occupy Wall Street 운동,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P2P 가상화폐 Bitcoin에 이르는 해외 핀테크의 움직임들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직접 연결하는 No-Middlemen 모델을 통해 금융기관의 독점적 지위를 무력화하는 사업모델을 추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다양한 핀테크기업의 핵심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분석해 보면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으로, 인터넷시대 초기에 도서, DVD, 음악 등 Retail 유통산업에서 나타났던 유통 혁신이 이제 금융서비스업, 공공서비스업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기존 금융기관의 역할을 파괴하고 새로운 직거래형태의 금융서비스 모델들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Blockchain 기술은, 보안성과 투명성의 가치를 낮은 비용과 참신성을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오픈 소스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 영역으로의 확장성을 장점으로 핵심 IT 기술 중 하나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히는 금융서비스의 경우, 각종 거래 및 본인 인증, 국내외 송금, 금융상품 유통, 금융자산 이전 등 제반 권리관계 등의 다양한 세부 응용영역으로 확장이 시도되고 있다.
공유경제, P2P, 모바일 기반의 사업모델은 이제 대세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그 기반 기술인 Blockchain 기술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우리의 금융 소프트웨어 역량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성장할 미래 핀테크 산업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권텀 점프(Quantum Jump)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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