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은행, 금융 IT 전략에도 '메기효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카카오뱅크가 LG CN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IT시스템 구축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25일 카카오뱅크의 임시법인인 한국카카오는 카카오뱅크 IT시스템 구축 우선협상대상자로 LG CNS를 선정했다. LG CNS는 카카오뱅크 주전산시스템으로 x86서버에 리눅스 운영체제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협상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LG CNS가 제안한 구성대로 협상이 이뤄지면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x86서버에 리눅스 운영체제가 계정계 시스템에 첫 도입되는 사례가 된다.
그동안 은행 주전산시스템은 IBM의 메인프레임에서 개방형 유닉스로 발전해왔다. 1980년대 업무 전산화에 이어 1990년대 종합온라인화를 이룩한 이후 메인프레임 일변도였던 국내 은행권은 지난 2002년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이 처음으로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다운사이징 사업이 추진된 이후 개방형 시스템에 대한 열풍이 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 세대를 풍미했던 메인프레임은 이후 유닉스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최근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발주한 우리은행도 이제야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전환을 결정한 것처럼 은행권에서의 주전산시스템 선택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왔다.
이런 은행권의 보수적인 투자기조 속에서 x86 서버는 핵심 업무보다는 일부 단위업무나 정보계 시스템 일부에 적용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증권업계 등 x86 서버를 주전산시스템에 일찍부터 적용해온 2금융사들과 달리 은행의 경우 주전산시스템 선택은 조직적인 논리와 결부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x86 서버와 리눅스 운영체제를 주전산시스템으로 채택하고 성공적으로 오픈하게 되면 국내 은행권에 던지는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x86 서버와 리눅스는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에 비해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또, 유지보수에 있어서도 고가의 상용 솔루션 외에 오픈소스 기반의 솔루션 도입이 가능해져 라이선스 관리 체계만 잘 갖추면 저비용의 운영 프로세스를 가져갈 수 있다.
은행권의 IT예산 중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통상 70%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x86 서버와 리눅스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고정비용을 줄이고 신규 투자에 보다 힘을 실을 수도 있다.
따라서 카카오뱅크가 성공적으로 시스템 구축에 성공할 경우 은행권은 x86 서버와 리눅스 도입에 대해 새로운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비용절감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 내외부에서 x86 서버와 리눅스에 대한 검토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시기상으로 카카오뱅크의 시스템 오픈 이후 x86 서버와 리눅스를 계정계에 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은행은 몇 되지 않는다. 현재 차세대사업이 예고돼 있는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정도가 x86 서버와 리눅스를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있어 하나의 선택지로 놓고 검토해 볼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민은행은 예전부터 x86 서버와 리눅스도 계정계 시스템의 한 방법으로 고려해 온데다 카카오뱅크에 주요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시스템 구축 과정을 세밀하게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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