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본부 - 미래금융 조직, 갈등없이 협업할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몇년간, 금융지주 IT계열사들의 역할도 기존보다는 더 분명해지는 모습이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과거 우리FIS처럼 그룹 전체의 IT역량이 총집결되는 형식의 전략적 SSC(세어드서비스센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이같은 방식에 대한 IT조직의 반발사례도 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럴만한 실익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제는 금융 IT전문 자회사의 역할을 그룹내 계열사 IT인프라의 안정적 운용과 인력및 기술 지원을 위한 조직 운영에 보다 방점이 찍히는 흐름이다. 2016년 금융 IT계열사 인사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IBK시스템처럼 이제 2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내부 사업 역량을 키웠거나, 하나아이앤에스처럼 독자적인 코어뱅킹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독자 사업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경우는 예외다.
신한데이타시스템도 최근 신한은행이 선보인 모바일은행 서비스인 ‘써니뱅크(Sunny Bank)’에 자사가 독자 개발한 비대면실명확인 솔루션인 ‘에스패스(S-Pass)’를 적용시켜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몇몇 회사들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IT사업화가 가능한 영역도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주목된다.
◆ 금융 IT자회사 대표도 새얼굴로 교체 = 2016년 금융지주및 은행권 임원인사와 맞물려 최근 금융그룹 IT계열사 또는 IT자회사 대표들의 인사도 이뤄졌다.
IBK기업은행 계열의 IBK시스템, 하나금융그룹 계열의 하나아이앤에스, 우리은행 IT자회사인 우리FIS 등 주요 업체들의 수장이 바뀌었다. 모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후임 인사가 이뤄진데 따른 것인데, 역시 특이할만한 것은 후임 대표들에 비 IT부서 출신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먼저, 우리은행의 IT자회사인 우리FIS의 새 대표에 권기현 전 우리은행 부행장이 선임됐다. 1958년생인 권 신임 대표는 본점기업영업본부장, IB사업단 상무, 자금시장본부 집행 부행장을 역임했다. IT부서 근무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는 비 IT전문가 그룹으로 분류된다. 우리은행이 올해부터 대규모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나서고, 이에 우리FIS의 역할이 프로젝트 수행에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부임 첫 해부터 권 대표의 역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 IT계열사인 하나아이앤에스의 신임 대표에는 박성호 전 하나금융지주 전무가 취임했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 PT뱅크하나 부행장, 하나은행 경영관리본부장, 하나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겸 통합추진단장 등을 역힘한 바 있다. 이와함께 외환은행 출신의 공웅식 KEB하나은행 IT본부 전무가 하나아이앤에스 부사장으로 옮겨, 내용상 임원진 변동폭이 컸다.
그동안 하나아이앤에스를 이끌어왔던 대표들은 IT전문가 출신이 많았다. 이번에 하나금융지주 CIO로 자리를 옮긴 전임 권오대 대표는 하나은행 IT부서 출신이며, 앞서 외부 전문가로 영입한 조봉한씨가 오랫동안 하나아이앤에스의 대표와 하나금융지주사 CIO를 겸직해왔었다.
앞서 지난달 초, 전임 황만성 대표의 임기 만료로 인해 2년 임기의 IBK시스템 대표에 취임한 조용찬 사장은 어느 정도 발탁이 예정된 바 있다. 앞서 조 사장은 기업은행 CIO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기업은행의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권선주 행장의 신임이 매우 두텁다는 주위의 평가가 많았다.
한편 KB금융그룹 IT계열사인 KB데이타시스템 대표는 김윤태 대표는 이번 KB금융지주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연임됐다. 1956년생인 김 대표는 KB금융그룹이 아닌 KDB산업은행에서 투자금융부문 ,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역임한 이력이 눈에 띤다.
신한금융그룹의 IT계열사인 신한데이타시스템의 오세일 대표는 신한은행 IT부서를 경험한 IT전문가로 지난 2013년5월에 대표로 선임된 바 있다. 곧 2년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데, 후임으로 누가 낙점될지가 관심이다.
BNK금융그룹 소속의 IT계열사인 BNK정보시스템의 이영우 대표와 DGB금융그룹의 IT계열사인 이근규 대표는 올해말까지 임기를 각각 1년씩 남겨놓고 있다.
◆ 기존 IT조직, 미래금융 조직과의 협업…민감한 문제로 떠올라 = 지금까지 3회에 걸쳐 은행 CIO와 CISO, 금융지주사 소속 IT 계열사의 인사까지 대략적으로 의미를 담아 서술해 보았다.
다만,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올해 인사를 총평해 본다면 과거와는 다른 성격에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즉, ‘은행내 기존 IT조직과 급속도로 역할이 커진 미래금융 전담 조직간에 갈등없이 과연 협업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IT조직의 수장이 IT전문가인지 여부, 또는 외부 영입 IT전문가인지 여부는 은행 내부적으로 예전보다는 민감성이 크게 줄어들어든 모습이다.
그대신 이제는 은행내 실질적인 '협업 구조'의 완결성 여부가 IT조직과 보안, 스마트금융, 미래금융까지 아우르는 '범 IT조직'의 성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일반인의 시각에선, 은행내 기존 IT조직과 스마트금융, 미래금융 등이 성격이 유사하고 서로간의 소통도 무만한 범 IT조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 조직간의 정서적인 이질감은 예상보다 크다. 서로의 업무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깊지만 조직간의 인사교류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아직까지 범 IT조직의 협업구조에 대한 은행권의 인식 수준은 초기 단계다. 각각의 역할 설정은 앞으로 은행 최고 경영진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물론 여기에서 의미하는 협업은 물리적 협업이 아니라 화학적 협업이다.
다만 비대면 채널시대,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시대에 대응하기위해서는 스마트금융본부 혹은 미래금융본부의 역할이 기존보다 커질 수 밖에 없고, 실제로도 올해 인사에서는 이러한 기류들이 크게 반영됐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그렇다면 기존의 IT본부 조직은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금융 조직을 지원하는 후선 지원조직에 머물러야 하는지의 문제 제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CIO, CISO의 역할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직접적으로는 실행 성과평가 등에 있어 IT본부 조직과 미래금융 조직간에 마찰이 생길 여지도 배제할 수 없기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IT본부 기획 담당자는 '미래금융 전담 조직과 IT본부 조직간에 역할이 어떻게 설정되고 있느냐' 질문에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조직의 역할은 조직표상으로 나타낼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조직간 역할이 형식적으로는 수평적이지만 내용적으로 수직적으로 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앞으로 어떻게 세팅돼 가는지가 관심사다.
최근 국민은행은 IT그룹과 은행내 현업 13개 업무 추진부서와의 상시 협업을 위한 조정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이는 바람직한 방향 전개로 받아들여진다. 금융상품의 출시및 고객의 접점, 시장의 환경을 고려했을때 예전보다 업무부서간 '협업' 무척 중요해졌고, 이는 IT조직과 미래금융조직, 기타 협업부서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대목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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