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공룡 대우증권’을 품는다면... 예상되는 IT 현안은?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24일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연말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공룡 대우증권’을 인수하게되면 미래에셋증권이 자산규모기준으로 NH투자증권을 2위로 밀어내고 명실상부한 국내 증권업계 원톱으로 올라서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잠잠했던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이다.
미래에셋증권측은 대우증권 인수를 가급적 빨리 마무리짓는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대우증권 노조의 반대 등 이런 저런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본지는 이것과는 별개로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최종 인수하게될 경우, IT측면에서의 현안과제는 없는지 짚어본다.
물론 지금은 IT가 금융회사의 M&A(인수합병)에 장애가 되는 시대는 아니다. 특히 은행권과는 달리 오너십이 강력한 2금융권에서는 IT는 통합과정의 변수가 되지는 못한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된다고 가정했을때, 가장 중요한 IT 현안은 1차적으로 두 회사의 ‘IT통합’이다. IT통합은 고객 DB, 상품및 계좌, 업무시스템의 표준화, 영업점 단말시스템의 통합까지 범위가 넓다.
기존 은행권에선 형식적이긴하지만 논란을 막기위해 IT통합을 위해 외부 컨설팅업체를 선정해 사전 IT통합 컨설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IT통합 컨설팅은 양측의 IT자원을 일대일로 매칭시킨 후 효율성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시스템을 선택한다.
IT통합의 주도권을 누가 가질 것인지 또는 합병회사의 주전산시스템은 어느 회사것으로 할 것인지 등 핵심적인 의사결정만 확정된다면 IT통합 자체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다만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은 몇가지 측면에서, 다른 합병사례와는 달리 IT통합시 다소 난해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IT통합의 주도권은? = 통상적으로 합병 주도권을 쥔 회사가 IT통합의 주도권을 갖는다. IT통합의 주도권을 쥔 회사로 물리적인 IT통합이 이뤄지는게 일반적이다. 만약 두 회사의 IT인프라 규모가 엇비슷하다면 이는 거의 불문율처럼 적용됐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IT통합 사례에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양사의 IT인프라 수준의 차이를 일단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인 대우증권은 지난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2년여에 걸쳐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선도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IT인프라의 외형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혁신성 측면에선 차세대시스템 환경으로 전환한 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게 증권 IT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미래에셋증권은 1999년 12월 출범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업무시스템 개선작업을 진행해왔으나 빅뱅 방식의 대규모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은 없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월, 코스콤을 주사업자로 선정해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착수,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17개월 일정으로 진행되는 미래에셋증권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중 완료될 예정이다.
참고로, 대우증권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은 'BETSez On'으로 명명된 것으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응하기위해 2년여의 준비및 개발끝에 지난 2008년 2월에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대우증권은 차세대시스템을 유닉스기반 오픈 환경으로 구성했으며, 당시까지 국내 증권업계에는 일반적이지 않았던 프레임워크를 적용했다. 모듈화된 기능별 업무모듈을 조립함으로써 업무의 확장을 손쉽게하고 유지보수의 편의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대우증권의 차세대시스템도 2016년이면 가동 9년째로 접어들게 된다. 차세대시스템 가동이후 지난 8년간 많은 시장환경의 변화가 있었고, 이젠 시스템의 노후화에 대비해야할 시점이다.
이 때문에 올해 대우증권은 매각이슈가 있었음에도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추진을 내부적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시스템의 사용연한을 최대 10년~15년 정도로 본다면 2016년에는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준비해야한다.
대우증권의 기존 IT인프라가 미래에셋증권보다 외형적인 우위에 있을 수 있어도 그것이 곧 앞으로도 우위를 가져야한다는 의미가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국내 2금융권 M&A사례에서보면, 합병주도권을 누가 쥐었느냐와는 관계없이 IT통합이 IT인프라의 비교우위에 의해 결정난 사례도 없지 않다. 지난 2006년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할 당시, 신한카드와의 IT통합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LG카드는 당시 카드채 사태로 인해 부실화가됐지만 고객수 1000만명에 육박하는 카드업계 1위의 대형사였고, IT인프라도 업계 최고수준이었다. 결국 신한금융측은 LG카드의 IT인프라에 신한카드 IT를 흡수시키는 방식으로 IT통합을 진행했다. 따라서 대우증권이 오히려 미래에셋증권의 IT를 흡수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진행중인 미래에셋증권 차세대프로젝트, 어떻게 될까? = 미래에셋증권의 입장에선 지난해 차세대시스템 개발 계획을 수립할 당시 대우증권과의 합병을 예상하지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우증권과의 신속한 IT통합을 고려해야하는 '돌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으로선 차세대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중단해야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2~3가지의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첫째는 미래에셋증권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주한 뒤, 이후 대우증권과의 IT통합을 진행할 것이란 견해다.
미래에셋증권측이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를 일단 완성한 뒤, 대우증권과 IT통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는 것. 만약 개발 완료된 미래에셋증권의 차세대시스템이 대우증권의 사이즈를 충분히 수용할 정도라고 판단되면 이후 차세대시스템으로의 통합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둘째는 미래에셋증권이 현재 진행중인 차세대 프로젝트를 일단 잠정 중단하고, IT통합을 우선적으로 진행한뒤, 다시 개발요건과 개발기간 등 프로젝트 자체의 내용을 수정한 뒤 합병은행에 걸맞는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견해다.
셋째는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IT통합을 진행하되 증권업계 1위의 위상에 맞는 새로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설계한다는 견해다. 이럴 경우 기존 진행해온 미래에셋 차세대 프로젝트는 사실상 백지화되는 것이다. 참고로, 미레에셋증권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초기에 많은 IT예산이 투입되는 '빅뱅'방식이 아니라 특정 업무를 중심으로 개선하는 단계적 개발방식이란 점이 특징이다.
여러 형태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지만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IT통합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의중에 따라 어려움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이번 인수전에서 임하면서 대우증권 직원의 100% 고용승계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T부문 인력도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면 대우증권 IT를 중심으로 IT통합을 우선 진행한 뒤 차세대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시나리오도 예상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같은 다양한 IT통합 시나리오가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우증권의 IT인프라및 조직의 경쟁력이 전통적으로 양호하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우증권이 가진 IT부문의 장점을 미래에셋측이 어떻게 잘 살릴 것인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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