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통신의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랐다.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전환이 성숙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통신 3사는 벽에 부딪혔지만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은 예외다. 알뜰폰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가입자의 10%에 육박했다.
단말기유통법은 자리를 잡았다. 통신비는 음성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됐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출시 1년도 채 안 돼 주류 요금제가 됐다. 가입자 뺏기는 완화됐다. 하지만 통신사와 소비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도 소비자도 바뀐 경쟁과 소비문화에 적응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통신사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이상철 LG유플러스 대표가 물러났다. 이 대표는 국내 LTE 활성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의 퇴임은 LTE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별도기준 SK텔레콤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1418억원과 4462억원이다. 작년 3분기 대비 매출액은 4.9% 영업이익은 7.8% 감소했다. K-IFRS 별도기준 KT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1632억원과 2780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8% 축소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0.4% 확대다.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작년 구조조정 비용을 감안하면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다. LG유플러스는 KT-IFRS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6% 떨어진 2조716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4% 내려간 1721억원이다.
실적부진은 ‘LTE 가입자 확충=실적 상승’ 공식이 한계이기 때문이다. 가입비 폐지와 선택약정할인 도입이 기름을 부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은 통신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 최대 기대치를 월 5만9900원으로 낮췄다. 3분기 기준 통신3사 ARPU는 ▲SK텔레콤 3만6729원 ▲LG유플러스 3만6294원 ▲KT 3만6193원 순이다. 음성통화는 사실상 추가 매출이 힘들다. 통신 저성장을 만회하기 위해선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을 늘려야한다.
이에 따라 내년 통신 3사의 매출 확대 전략은 콘텐츠 확충과 1인 다(多)회선 유도가 될 전망이다. 고화질(HD)급 동영상 1시간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시청하면 약 900MB의 데이터를 소모한다. 스마트시계 등 휴대폰 외 이동통신이용 기기 보급은 적지만 쏠쏠한 장사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10월 기준 국내 입는(wearable, 웨어러블)기기 이용자는 30만명을 돌파했다. 이들의 ARPU는 SK텔레콤 기준 1만원이다. 군인 대상 요금제 같은 특정 계층을 노린 요금제도 많아질 전망이다.
통신사의 해지율은 역대 최저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3분기 기준 통신 3사 해지율은 ▲SK텔레콤 1.4% ▲KT 1.8% ▲LG유플러스 1.8% 등 1%대로 진입했다. 단말기유통법 효과다. 번호이동은 월 5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비는 예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에게 많이 주던 것을 모두에게 조금 주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만족도 역시 그리 높아지지 않았다. 한 번에 많이 받았던 것을 조금씩 여러 번 받는 셈이라 체감효과가 반감한 탓이다. 문화가 변해야하는 일이라 이 같은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단말기유통법 시행에 따른 효과 모색이 2단계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도 소비자도 만족하며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가치=요금’ 문화가 만들어져야한다. 이동통신은 무선랜(WiFi, 와이파이)이라는 대체재가 있다. 편의와 요금을 교환한다는 문화를 만들지 못할 경우 소비자의 불만 없이 통신사 ARPU를 올릴 수 있다. 또 통신비와 새 휴대폰을 싸게 사는 일이 별개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역시 통신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일이다. 통신사의 경쟁 수단 변화가 선결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