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리포트 / 스토리지 3부] 올플래시 스토리지로 무장하는 금융권
◆플래시 스토리지 도입 첫발뗀 은행권
올해 초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스토리지 표준화 사업을 통해 올 플래시 스토리지를 시범 도입·운영하기로 했다. 그동안 신기술 채택에 보수적이었던 은행권에서 플래시 스토리지에 대한 기술 검증에 나서자 스토리지 업계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증권 등 은행을 제외한 2금융권에선 플래시 스토리지 도입은 간간히 있어왔다. 하지만 은행권의 플래시 스토리지 채택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은행권은 아직도 스토리지 기술에 있어서 구시대 유물로 치부되는 테이프 스토리지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다.
은행의 주요 시스템인 계정계시스템의 경우 ▲주원장 ▲비즈니스연속성볼륨(BCV) ▲이중화 ▲시점복제 ▲백업복구(DR) ▲DR/BCV ▲업무용 배치 ▲업무용 DR 배치 ▲개발 등에 스토리지가 주로 쓰인다.
특히 은행과 같은 금융사들은 고객 금융거래 ‘원장’과 같은 중요 거래 데이터를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하는 만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테이프 스토리지를 통해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주 원장 시스템의 경우 엔터프라이급 스토리지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업무 특성상 스토리지의 빠른 응답속도보다는 안정성을 우선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24*365 금융자동화기기(ATM)서비스와 실시간 계좌이체 등 비즈니스 연속성이 중요시되는 금융거래의 특성 상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만 확보되면 디스크 스토리지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각 업무 특성에 맞는 디스크 도입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일례로 원장을 백업하는 테이프 스토리지의 경우 플래시 스토리지에 비해 현저히 입출력 속도가 늦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테이프 스토리지(1.5 TB(비압축), 3 TB(압축)의 드라이브 속도가 140 MB/sec(비압축), 280MB/sec(압축)인데 반해 삼성전자가 2014년 출시한 1.6테라바이트 용량의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 SSD가 초당 3000MB의 연속 읽기 속도를 가진 것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테이프 스토리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주 꺼내보는 데이터가 아니고 저장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콜드 데이터) 대용량 데이터, 혹은 장기 백업이 필요한 데이터의 경우 테이프 스토리지를 이용하고 자주 꺼내보고(핫 데이터) 응답속도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분야의 경우 엔터프라이즈급 HDD 스토리지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행 내부 업무환경 변화와 컴플라이언스 이슈 들이 대두되면서 기존 디스크 전략으로는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은행들이 플래시 스토리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분야는 망분리로 인한 가상화 시스템 구축과 금융사기방지시스템(FDS) 등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은 2015년 12월까지, 2금융권은 2016년 12월까지 본점, 지점 간 인터넷 망과 업무망을 분리할 것을 권고하면서 금융권 망분리사업이 본격화됐다.
현재 지방은행과 일부 국책은행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논리적 기반의 망분리 사업을 채택하고 있다. 논리적 망분리는 PC나 서버에 가상화 환경을 구축해놓고 사용자가 온라인으로 접속해 계정권한과 애플리케이션 사용 허가를 받는 구조다. 일반 PC가 아니라 중앙 서버에서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불러와야 하는 만큼 사용자가 체감하는 속도는 늦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과 증권사에서 데스크톱 가상화를 진행하면서 플래시 스토리지 채택을 늘려가는 추세다.
다우기술 김정도 부장은 “현업에서 사용하는 PC만큼 데스크톱가상화(VDI)를 통한 속도가 빠르다고 하면 망분리 사업은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선 스토리지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화에 있어 금융사들이 총소유비용(TCO)를 고려하는데 적은 서버에 많은 VDI 사용자를 넣어서 사용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디스크 방식 스토리지에서 SSD 기반의 올플래시 어레이(AFA)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플래시어레이가 비용적으로 부담이 갈 경우 하나의 스토리지 어레이에 HDD와 SSD를 병행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일례로 부산은행의 경우 지난해 진행한 윈도 가상화 사업과 관련해 HDD 30테라바이트와 SSD 2테라바이트를 병행해 시스템에 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금융사들은 테이프부터 일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그리고 플래시 스토리지까지 스토리지 제품의 처음과 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매년 금융사의 IT부서의 업무는 늘어나고 있지만 예산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플래시 스토리지 전면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운영비의 90%가 고정화돼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여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고 해도 일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보다 고가인 플래시 스토리지를 도입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속도에 민감한 금융권, 플래시 스토리지 공급 전략은
플래시 스토리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증권, 카드 등 2금융권이다. 기업이 플래시 스토리지를 채택하는 이유는 속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테이프, HDD, SSD 스토리지 모두 안정성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SD는 속도에서 다른 두 가지 스토리지를 멀찌감치 떼어 놓을 만큼 입출력(I/O) 속도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가상데스크톱(VDI) 환경의 부팅 시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한 운영체제(OS)시스템에 주로 적용되던 올 플래시 어레이(AFA)가 최근에는 OLTP(online transaction processing)나 분석, 서버 가상화 환경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인프라로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속도로 플래시 스토리지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특히 속도에 민감한 증권업계의 경우 적어도 플래시 스토리지가 가지고 있는 단점인 고가의 가격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한국거래소 IT계열사 코스콤 최기우 팀장은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투자효과에 대한 정량적 측정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플래시 스토리지 도입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라며 “자본시장처럼 빨리 처리되면 수익이 발생하는 분야에는 플래시 도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콤은 플래시 스토리지가 금융권에서 많이 알려지기 10여 년 전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최 팀장은 “과거 RDB에서 메모리기반데이터베이스(MMDB)로 교체하던 시기에 플래시 스토리지가 엄청 고가였을 때 검토했을 정도”라며 “트레이딩 분야에는 여전히 플래시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전했다.
트레이딩 분야는 자본시장업계에서도 대표적인 ‘속도’ 경쟁이 이뤄지는 곳이다.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같이 사전에 짜 놓은 규칙에 따라 대량의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에서는 속도는 바로 돈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사전 규칙에 의해 기계적으로 주문이 일어나게 돼 이를 처리하는 거래소는 물론 증권사들 역시 트레이딩 시스템의 속도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실제 이러한 속도 경쟁은 밀리 세컨드(1000분의 1초)에서 마이크로 세컨드(100만분의 1초)를 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스템에서 처리되는 속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 활용에서부터 네트워크 응답속도 개선, 그리고 스토리지의 속도를 빠르게 개선하는 것 등으로 플래시 스토리지의 등장은 스토리지 응답속도의 고민을 한 층 덜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바이올린메모리코리아는 자사의 올플래시(All flash) 스토리지가 적용된 한국거래소가(KRX) 증권거래시스템이 지난 2014년 구축된 이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KRX는 2014년 3월 차세대 시장거래시스템 ‘엑스추어플러스(EXTURE+)’를 구축하면서 업계 최초로 바이올린메모리의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도입했다. 엑스추어플러스는 기존의 유닉스 서버 및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스토리지로 구성된 거래 시스템의 성능을 개선하고자 구축된 차세대 시스템으로, 장기간의 테스트를 거쳐 x86 기반의 고성능 서버와 올플래시 스토리지로 개방형 시스템을 구축했다.
KRX에 도입된 바이올린메모리 6616은 스토리지와 서버 간 인터페이스인 인피니밴드와 파이버채널(FC) 완벽하게 지원하는 것은 물론, 모든 컴포넌트가 이중화 구성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도입 이후 혼합된 워크로드 환경에서도 빠른 성능과 안정적인 운영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에서도 플래시 스토리지 사용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이미 주 원장 시스템에 SSD를 채택,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 카드 시스템담당자는 “데이터 참조가 많이 일어나는 전표 부분에 이미 SSD를 적용, 운영 중”이라며 “스토리지 입출력에 대한 이슈가 있어서 성능개선 차원에서 도입했다. 도입 이후 속도가 몇배 증가한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업무 개선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성능에 힘입어 KB국민카드는 2020년까지 10테라바이트 용량의 플래시 스토리지를 증설할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 등 거래가 일어나는 프론트 부분에서의 플래시 스토리지 도입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후선업무의 경우 플래시 스토리지 도입 필요성이 낮기 때문에 HDD보다 큰 가격역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도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핫 데이터와 콜드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사의 특성상 데이터 적재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금융사가 신경 쓰는 분야는 다양하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24*365 영업환경 도래가 멀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터 활용의 기반 인프라라 할 수 있는 스토리지에 대한 전략은 금융사에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롯데카드, 플래시시스템 도입으로 핀테크 서비스 강화
IBM의 대표 스토리지 제품인 ‘플래시시스템 V840’은 ‘스토와이즈 V7000’과 더불어 이미 금융권을 중심으로 국내 유수 기업들의 자사 IT 시스템 구축에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카드는 온라인, 모바일 거래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핀테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자사의 하드디스크 기반 인프라를 IBM의 플래시시스템 V840과 스토와이즈 V7000을 도입했다.
롯데카드가 도입한 플래시시스템 V840은 eMLC 플래시 칩 기반의 올플래시 스토리지로 탁월한 입출력 속도와 최저응답지연시간을 보장해 최고의 스토리지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스토와이즈 V7000의 하드웨어 사양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향상되었으며 실시간 압축, 자동 데이터 티어링 등 클라우드를 위한 비용 절감 효과 및 기능이 강화됐다.
이번 플래시시스템의 도입으로 롯데카드는 핀테크 서비스 강화를 위한 인터넷 결제, 모바일 서비스, 전자지갑, 할부 금융 등 핵심적인 카드업무와 관련한 실시간 데이터 백업이 가능해졌다. 백만 분의 1초 대의 빠른 트랜잭션 처리가 고성능, 고가용성 및 안정성까지 검증된 재해 복구 체제를 구현한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도입한 모바일 앱카드의 사용률은 전년대비 8배 증가한 데 반해, 데이터 처리 성능은 20% 개선됐다.
롯데카드의 IBM 플래시시스템 도입은 금융권의 스토리지 가상화 구축에 의미 있는 선례가 될 전망이다. 최근 핀테크의 성장이 모바일 결제, 보안, 사기방지(FDS) 분야에서 많은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는 가운데 IBM은 이미 관련서비스를 구축하며 해당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하드웨어 방식으로는 비용과 관리적인 측면에서 데이터 급증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드웨어 기반의 스토리지 시스템이 아닌 플래시 기반의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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