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에어워셔, 명칭이 주는 혼란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가을에 가장 잘팔리는 계절가전은 ‘에어워셔’다. ‘에어워셔’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자취를 감춘 가습기의 자리를 차지했다.
에어워셔는 수분의 자연 기화원리를 이용한 가습기다.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수분에 집진되는 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어 ‘물로 공기를 정화한다’는 의미로 ‘에어워셔(Air Washer)’란 명칭이 붙게됐다고 한다.
하지만 생활가전 업체들이 ‘에어워셔’란 이름을 쓰게 된 이유는 ‘가습기’란 단어가 주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회피하기 위함이 더 크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파급력이 워낙 컸다보니 ‘가습기’를 아예 안쓰기로 한 것이다. 2011년 이전에는 초음파, 공기기화식, 가열식 등 방식이 다르더라도 모두 ‘가습기’라 불렀다.
가습기에서 에어워셔로 이름이 바뀌었으니 기능도 차별화돼야 했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공기청정’ 기능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수분의 집진 능력에 초점을 잡았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공기청정능력은 공기청정기보다 떨어진다. 이로 인해 지난 2013년에는 한국공기청정협회와 소비자단체들로 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후 에어워셔에 헤파(HEPA) 필터 등을 채용해 공기청정능력을 높였으나 공기청정기에 비하면 여전히 모자란 성능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제일 먼저 인정한 업체는 LG전자다. LG전자는 에어케어 브랜드 ‘퓨리케어(PuriCare)’를 론칭하며 ‘에어워셔’라는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장(사장)도 “에어워셔는 가습기”라고 말했다.
다른 에어워셔 업체들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에어워셔를 공기청정기로 인식하고 있다. 소비자가 혼란을 느낄 수 있는 ‘에어워셔’ 대신 ‘가습기’를 쓰는 것이 옳다. 아니면 에어워셔만이 할 수 있는 고유영역과 기능을 개척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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