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마이크론의 3D X포인트…메모리 시장 뒤흔들 태풍될까?
* 8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오프라인 매거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인텔과 마이크론이 낸드플래시보다 빠르고, 내구성이 높은 새로운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발표했다. 업계에선 해당 기술이 차세대 메모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P램의 일종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이 기술로 생산된 메모리를 SSD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서버용 DIMM 슬롯에 꽂아 쓸 수 있는 모듈형 제품도 내놓는다. D램 시장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양사 생각이다. 아직 이 메모리의 주요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존의 D램과 낸드플래시를 잇는 ‘차세대 메모리’의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이 내놓은 새로운 메모리 기술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7월 28일 인텔과 마이크론은 ‘3D X(크로스) 포인트’ 기술을 공개했다. 이 기술이 적용된 메모리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특성을 갖는다. 대용량 구현도 가능하다. 성능 역시 좋다. 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이 기존 낸드플래시 대비 1000배 빠르다. 재기록 횟수를 나타내는 내구성 역시 1000배 높다. 데이터 접근 시간이 1000배 빨라졌다는 것은 지연시간(latency)이 줄었다는 의미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3D X포인트 기술의 주요 물질 정보와 구동 원리는 공개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구동 원리만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류가 흐르는 비트라인(BitLine, BL)과 데이터를 읽고 쓰는 워드라인(WordLine, WL)의 각 교차점(크로스포인트)에 메모리의 최소 단위인 셀이 위치한다. 기존 낸드플래시의 경우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 블록 내 워드라인 한 줄을 다 훑어야 했지만 인텔과 마이크론이 소개한 신기술은 각각의 셀에 개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데이터 접근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낸드플래시의 플로팅게이트를 새로운 물질로 대체, 트랜지스터 자체를 없앤 것도 특징이다. 데이터에 접근할 때 트랜지스터를 거치지 않으므로 기존 대비 접근 시간이 더 빨라진다. 수명이 긴 것도 플로팅게이트와 관련이 있다. 플로팅게이트는 절연 산화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전자를 자주 넣고 빼면 절연 산화막에 손상(저항 변화)이 생긴다. 이렇게 손상된 셀은 쓸 수 없다. 반면 3D X포인트에 적용된 새로운 물질은 여러 번 재기록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인텔은 설명했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이 같은 구조를 2층(layer)으로 쌓아올려 128기가비트(Gb)라는 대용량을 구현했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7월 29일 3D X포인트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방한한 척 브라운 인텔 SSD 솔루션 아키텍트(박사)는 <인사이트세미콘> 기자와 만나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은 특정 물질에 다양한 전압을 걸었을 때 나타나는 저항 값으로 0과 1을 구분한다”며 “셀 하나당 2비트(bit), 3bit를 저장할 수 있는 멀티레벨셀(MLC), 트리플레벨셀(TLC)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램으로 보는 시각 우세
업계에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8월 초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선 3D X포인트 기술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이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았고, 외부 전문가들만이 모여 ‘도대체 3D X 포인트 기술은 무엇이냐’를 놓고 각종 추측을 내놓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메모리 전문가인 데이비드 웨글스턴 인튜이티브 콩그니션 컨설팅 대표는 플래시 메모리 서밋 토론회에서 “3D X포인트는 새로운 기술이 아닐 것”이라며 “상변화메모리(Phase Change RAM, P램)의 일종으로 보여진다”고 견해를 밝혔다. P램은 상(相) 변화 물질에 전류를 가하면 물질의 일부분이 결정질에서 비결정질로 변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저항 차이를 이용해 0과 1을 구분하는 것이다. 국내 메모리 업계의 한 전문가도 “구현 용량, 양산시기 등을 봤을 때 인텔과 마이크론의 기술은 P램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P램은 기존 CMOS(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공정을 그대로 사용하는 덕에 생산 공정 전환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인텔과 마이크론도 기존 CMOS 공정을 그대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D램과 낸드의 중간
인텔은 8월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된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3D X포인트 메모리를 탑재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옵테인(Optane)’의 동작 데모를 공개했다. PCI익스프레스(PCIe) 인터페이스가 적용된 옵테인 SSD의 임의 읽기 테스트 수치는 70만 아이옵스(input output per second, IOPS), 임의 쓰기 수치는 40만 아이옵스에 달했다. 이는 동일 인터페이스의 기존 낸드플래시 기반 SSD(인텔 DC P3700)와 비교하면 5~7배 가량 빠른 것이었다. 아이옵스는 메모리의 초당 임의 읽기, 쓰기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성능을 크게 좌우하는 수치다.
인텔은 3D X포인트 메모리를 탑재한 옵테인 SSD를 내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초기에는 빅 데이터 처리 및 의료 분야 등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주로 공략한다. PCIe 인터페이스의 SSD와 함께 DIMM(Dual In-line Memory Module) 슬롯에 바로 꽂아 사용할 수 있는 모듈 형태의 제품도 출시가 예정돼 있다. 이 제품을 꽂으면 이론적으로는 D램을 탑재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작동한다. 물론 D램과 비교하면 3D X포인트 메모리의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대용량, 비휘발성이라는 특징이 필요한 일부 서버 시장에선 D램을 잠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텔은 자사 서버용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제온과 옵테인을 묶음 상품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추후 노트북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바로 이것이 무서운 점이다. 인텔은 컴퓨팅 기기의 핵심인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주무르고 있으므로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추가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가 않다. 메모리 업계는 인텔이 제시한 방향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인텔은 3D X포인트를 동작시키는 메모리 컨트롤러 역시 자사 프로세서에 삽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업체들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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