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다음카카오 사명 변경의 의미는?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다음카카오가 1일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이 승인된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명을 변경을 추진하는 셈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새 대표이사로 오르는 임지훈 신임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과 ‘카카오’라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합병 이후 시너지효과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명 단일화는 대내외적으로 결속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시대를 대표하는 미래지향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다는 점, 최근 카카오택시의 성공과 함께 모바일 생활 플랫폼 브랜드로 의미 있는 확장을 하고 있다는 점, 합병 이후 진정한 통합과 모바일 정체성을 강화해 향후 기업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사명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 지우기 작업의 일환=다음카카오는 합병 과정에서부터 카카오가 핵심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를 1대 1.556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사실상 카카오가 ‘점령군’ 역할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이후 다음카카오는 ‘다음 지우기’ 작업을 착실히 진행해왔다. ‘다음 뷰’, ‘다음 여행’, ‘다음 소셜 쇼핑’, ‘다음 키즈짱’, ‘마이피플’, ‘다음 클라우드’, ‘다음캘린더’ 등의 서비스를 잇달아 종료한 상태다.
이러면서 카카오톡의 경쟁력을 계속해서 강화해왔다. ‘카카오토픽’만 하더라도 앱 형태로 제공하던 콘텐츠를 중단한다는 것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카카오톡 내에서 채널 메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모바일 검색 서비스 ‘카카오톡 샵(#)’을 출시해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중심으로 서비스 개편을 추진했다.
이는 사실상 모바일 기업으로의 완전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카카오는 포털 서비스 ‘다음’, 모바일 서비스 ‘카카오’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웹과 모바일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이름을 물리적으로 나란히 표기하는 다음카카오 사명에는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모호한 측면도 존재해 왔다고 전했다.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합병 이후 두 기업의 전혀 다른 사내문화, 사업영역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해왔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급변하고 있는 시장상황도 사명 변경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인 카카오택시가 초기 안착에 성공했다지만 여전히 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다. 10월 고급택시와 같은 별도의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내부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봐야 한다.
◆2기 카카오 시대의 개막=성장 동력의 부재는 다음카카오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 상태다. 수익원의 발판을 마련해준 카카오게임은 수수료 문제가 자꾸 불거지고 있다. O2O 서비스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다음카카오 주가는 계속해서 답보 상태다. 합병 이전 카카오 주식이 장외에서 12만원에 거래됐고 현재(9월 1일) 기준으로 13만원대에 묶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합병 시너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해외보다는 국내를 염두에 두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보고 국내에서 역량을 강화한 다음 네이버를 견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는 것. 인도네시아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함께 3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꼽히는 ‘패스’를 인수하기는 했으나 이 또한 내수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예정대로 임지훈 신임대표 선임과 카카오로의 사명 변경이 이뤄지면 김범수 의장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업 방향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임 신임대표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기 카카오 시대를 대표하게 될지, 아니면 ‘상왕(上王)경영’의 아이콘이 될지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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