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IT통합조직…갈등없이 순항할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내달 1일 KEB하나은행 공식출범을 앞두고 지난 27일 하나은행의 부행장급, 전무, 본부장 등 65명의 임원급 인사발표가 있었다.
금융IT업계의 관심사는 역시 내년 6월까지 하나-외환은행 IT통합을 지휘하게될 IT부문 그룹장(전무급) 인사였다. IT본부 소속으로 2명의 전무가 발탁됐다. 외환은행을 대표해 공웅식 전무가, 하나은행을 대표해 유시완 전무가 각각 선임된 모양새다. 아울러 IT기획부장도 2명씩 두 은행에서 각각 임명됐다.
또 핀테크및 인터넷은행 등 스마트금융 부문을 전담할 미래금융그룹장에는 하나은행의 혁신적인 스마트금융 전략을 오랬동안 주도해왔던 한준성 전무가 예상대로 중용됐다.
업무 분장은 다르지만 이번 KEB하나은행의 그룹장 및 본부장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출신 비율을 50%씩 배분하는 등 매우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은행의 그룹 또는 본부 직제 체제에서 IT본부 소속으로 2명의 수장이 동시에 임명되는 것이 다소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하나금융측이 내년 6월까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대규모 IT통합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하는 은행의 상황을 민감하게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최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이후 전산장애가 발생해 큰 고객 불편을 야기시킨 바 있어 하나금융 내부적으로 은행 IT통합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고조된 상태다. 실제로 이 사고로 당초 내년 2월 설연휴로 잡았던 통합일정도 6개월로 늦춰졌고, 최근에는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 추석연휴까지도 일정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IT통합작업시 나타날 수 있는 갈등요소를 잠재우고, 각각 250여명에 달하는 IT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가려면 이같은 ‘더블 포스트’ 체제도 장점만 발휘될 수 있다면 괜찮아 보인다.
또한 공웅식, 유시완 두 전무 모두 기존 소속 은행에서 IT기획 및 조직관리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조직내 신망이 두텁다.
다만 어디까지나 이같은 더블 포스트체제는 IT통합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IT통합후 조직정비 및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등 그 다음 일정을 준비하려면 권한이 집중된 일원화된 의사결정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T통합에 가장 효율적인 조직체계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 조직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때문에 기계적인 공식을 대입할 수는 없다. 매뉴얼에만 집착하면 오히려 예상치못한 실패에 직면하기도 한다.
매머드급 IT통합을 진행했던 지난 2001년말 국민-주택은행 IT통합의 경우, 당시 예상을 깨고 당시 김정태 행장은 구 국민은행 출신의 IT본부장을 통합 국민은행의 CIO로 임명했다. 그리고 막중한 IT통합에 대한 전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은행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IT본부장이 임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1년여의 IT통합과정에서 두 은행 조직의 갈등은 심심치 않게 표출됐다. IT통합 작업과는 별개로 은행 전산조직 내부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물론 IT통합에 앞서 갈등이 원인은 분명히 있었다. 당시 구 국민은행은 2000년초에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했는데 불과 6개월만에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인해 퇴출되는 운명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외부 컨설팅의 자문을 거치긴했지만 상대적으로 노후화됐다고 평가받은 주택은행의 시스템이 합병은행의 주 전산시스템으로 선정됨으로써 IT조직의 갈등이 점화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의 IT통합이 예정된 시간내에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뒷날 큰 아쉬움을 남기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엄밀히 말하면 IT통합과 IT조직의 융합은 전혀 다른 얘기일 수 있다.
은행권 IT통합과정에서 조직간 보이지 않는 전쟁이 수없이 일어나고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내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등 합병’이라는 인식이 강할수록 이러한 위험성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IT통합 과정에서 발생되는 갈등은 IT조직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IT통합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기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통상적으로 통합 IT환경을 구현하려면 ‘IT 살생부’를 먼저 만들어야한다. 외부 컨설팅업체까지 동원해 두 은행 IT시스템의 우열을 가린후, 하나는 버리고 살아남는 것을 통합 은행의 IT인프라로 채택하는데, 이 살생부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기존 은행 IT구성원들을 힘들게 하거나 당혹스럽게 한다. 이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다.
그나마 될 수 있으면 가급적 이런 당혹스러움을 없애는 것이 IT통합의 선결과제다.
1998년6월29,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P&A방식으로 인수한 이후, 하나은행은 수많은 IT통합을 실행에 옮겨왔다. 1999년‘하나 + 보람은행’ IT통합 당시를 제외하고는 하나은행은 갈등표출없이 비교적 원만하게 IT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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