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동양네트웍스, 경영권 분쟁으로 치닫나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동양네트웍스의 2대 주주였던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가 지분 10.61%를 블록딜 방식으로 공개 매각에 나설 계획이어서 동양네트웍스를 둘러싼 경영권을 놓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동양네트웍스가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되는 상황은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보는 동양네트웍스 지분 10.61%를 공개 매각하기로 하고 회계법인과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신보는 8월 초까지 주관사 선정을 완료하고 지분 매각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지난 13일 보안업체인 SGA와 레드비씨가 동양네트웍스 지분 15.58%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전까지는 신보가 최대주주였지만 SGA는 레드비씨의 자회사인 티엔얼라이언스, SGA시스템즈와 함께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동양네트웍스 지분을 장내 취득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뀐것이다.
동양네트웍스는 그동안 매각을위해 꾸준히 시장에 M&A(인수합병)작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대우정보시스템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대우정보시스템이 동양네트웍스 IT 부문을 인수하는 내용으로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된 이후 동양네트웍스는 재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IT사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양네트웍스가 물밑으로 새로운 주인을 꾸준히 탐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모 업체와는 꽤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상치못하게 SGA가 동양네트웍스 지분을 장내 취득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이러한 작업은 올스톱됐다.
시장에서는 SGA가 사실상 동양네트웍스를 적대적으로 인수하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SGA는 보도자료를 통해 동양네트웍스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SGA는 신보의 지분매각 작업이 본격화 되는대로 추가 주식 매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보의 지분 10.61%를 SGA가 인수할 경우를 가정하면 26.19%로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반대로 신보의 주식을 다른 업체나 기관이 인수할 경우 2대 주주로서 지위를 보유하게 돼 향후 SGA와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벌일 소지가 있다. 신보는 중소기업지원기관으로서 경영권보다는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소유하는 만큼 그동안 경영권과 관련한 이슈는 없었지만 다른 기업이 2대 주주로 올라설 경우 셈법이 복잡해진다.
다만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신보가 현 동양네트웍스 주가보다는 비싸게 매각할 것 이란 게 변수다. SGA와 레드비씨 등이 동양네트웍스 주식을 매입할 당시 1700~1800원 사이에서 거래됐지만 현재 동양네트웍스 주식은 1900원대 전후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신보의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아직은 미지수다.
한편 최근 벌어지고 있는 동양네트웍스의 지분 인수를 둘러싼 업체와 기관의 행보는 정작 동양네트웍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IT서비스업계는 씁쓸한 눈치다. 동양네트웍스는 현재 자사주 보유량이 없고 신보의 지분 매각에도 사실상 참여할 수 없다. 주식을 통해 제목소리를 내는데 사실상 한계가 있는 셈이다.
동양그룹의 와해로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등 고난을 겪었지만 동양네트웍스는 최근 법정관리를 1년 5개월만에 조기 졸업하는 등 회생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공공SW 사업의 대기업사업참여 제한 조건에서 풀리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게 되는 등 다각적으로 독자 생존을 모색해 왔다.
물론 동양네트웍스의 가치와 사업 경험과 시너지를 내 줄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에 대해 동양네트웍스는 열린 자세로 접근해왔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SGA의 최대주주 등극이나 신보의 주식 매각은 동양네트웍스로선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시점에 이득이 될 것이 없다는데 IT서비스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5년 이상 국내 IT서비스시장에서 선전해온 기업의 운명이 자신들의 의지와 동떨어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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