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주총 D-2…증권사, “무산 피해, 소액주주 몫” 경고
- 합병 무산, 주가 급락 전망 우세…전문가, “엘리엇, 소액주주 아닌 자신 이익 우선”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가 2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7일이 디데이(D-DAY)다. 양사 합병은 삼성물산 3대 주주 엘리엇매니지먼트(지분율 7.12%)의 반대로 표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4.4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가 남은 변수다. 국내 전문가 대다수는 합병 성사가 소액주주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될 경우 소액주주 피해가 우려된다는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근거는 ‘합병 실패=주가 하락’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모두 주가가 폭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뿐 아니라 삼성그룹 전반적인 경영활동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합병 여부가 두 회사 주주 문제를 벗어나 전체 삼성그룹 주주 문제로 확대된 셈이다.
현대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합병 발표 후 제일모직 주가는 6.7% 삼성물산은 15% 상승했다”라며 “주가만 볼 경우 이번 합병이 제일모직에게는 불리했고 삼성물산에는 유리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합병이 부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는 초과수익을 모두 반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사업부가 단독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모두 저성장기에 진입하며 영속적인 생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합병이 부결된다면 삼성물산 주가는 상승 가능성보다 하락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 영업가치가 2014년을 정점으로 본격 하락하는 시기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엘리엇처럼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반대하는 것은 좋은 판단일까. 전문가 대답은 ‘아니요’다. 엘리엇과 소액주주의 이익 실현 기회와 관점이 다른 탓이다.
유진투자증권 김준섭 수석연구원은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합병시너지가 없기 때문에 반대하기 보다는 합병비율을 재산정해 보다 큰 가치를 향유하고자 반대하는 것”이라며 “합병이 진행되지 않으면 2017년 기준 삼성물산은 저성장하는 회사로 남게 된다. 합병가액 기준 시가총액 8조6000억원은 2017년 추정 당기순이익에 비해 현저히 높은 가치”라고 강조했다.
교보증권 백광제 책임연구원은 “헤지펀드는 주식 공매도 및 주식선물매도와 같은 이익 확정책을 사용 가능하다. 합병 무산 후 매수단가 이하 주가 급락에도 지분변동 없는 이익 확정이 가능하다”라며 “이익 방향성이 소액주주와 불일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시각은 학계도 마찬가지다. 엘리엇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소액주주에게 반대를 종용하고 있다고 보는 쪽이 많다. 반기업정서 등을 활용한 여론 조작으로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신장섭 교수는 “삼성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보면 두 회사가 합병을 하는데 20% 이상 수익이 난 상황에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는 상황인가”라며 “엘리엇은 반기업정서를 활용해 대박을 보고자 하면 나를 따르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주주 의결권 확보 경쟁 중이다. 위임장은 주총 직전까지 접수할 수 있다. 엘리엇은 위임장 확보를 위한 공시에 허위사실을 적시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엘리엇은 주총 결의와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소송도 병행하고 있다. 한 차례 기각됐지만 항고심이 진행 중이다. 각 진영이 모은 확실한 찬성표와 반대표는 현재까지 각각 40%대와 10%대 초반이다.
백 책임연구원은 “해지펀드의 추가적 자금투입을 통한 현물 매수 및 지분경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결국 합병 무산 주가하락 피해는 일반 주주에게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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