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비주력사업 정리…HDD모터, 삼성의 대표적 M&A 실패 사례 될 듯
삼성전기가 실적이 부진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한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 모듈 등 일부 주력 사업을 뺀 모든 ‘부진 사업’이 정리 대상이다.
2일 삼성전기는 이날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가 요구한 비주력사업 정리 관련 조회공시 답변에서 “분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매일경제신문은 삼성전기가 전원모듈,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모터 등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정리 방법으로는 사업 중단, 매각, 분사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구조조정의 배경은 전사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기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1437억원, 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99.6% 감소했다. 직접적 원인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였다. 지난해 삼성전기 매출액에서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 종속회사가 차지한 비중은 57.1%로 높았다. 이처럼 한 회사에 매출 비중이 쏠리면 위기가 왔을 때 제때 대응하기가 힘들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삼성전기에 관한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비주력 사업은 대폭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리 대상으로는 전원모듈과 HDD 모터 사업 등이 꼽힌다. 특히 HDD 모터 사업은 정리 대상 일순위다. 지난해 삼성전기는 HDD 모터 사업에서 10~15% 가량의 적자를 본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2년 세계 2위 HDD 모터 업체인 일본 알파나를 약 1473억원에 인수합병(M&A) 바 있으나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가 늘면서 HDD 모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삼성전기가 HDD 모터 사업을 정리하면 삼성의 대표적 M&A 실패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모터 매출액은 800억원에 못 미치면서 전 분기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며 “이는 2012년 알파나 인수 이전 분기 매출액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HDD 시장은 SSD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모터 사업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특별관리’ 대상으로 HDD 모터 사업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한 바 있다. 다만 알파나 인수를 통해 선진화된 정밀 모터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당시 M&A를 단순한 경영 실기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한편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과 MLCC 등 주력 사업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2880억원을 투자해 필리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베트남 지역에 실시한 투자로 조만간 현지에서 카메라 모듈도 생산할 계획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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