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IoT 큰 그림 그린다… ‘아틱’ 플랫폼 사업 본격 개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이를 통해 모든 사물에 자사의 시스템온칩(SoC)과 메모리를 심겠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생각이다. 인텔, 퀄컴,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프리스케일 등 IoT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치열한 ‘생태계 확보’ 싸움을 벌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삼성전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제2회 ‘사물인터넷 월드’를 열고 자사 SoC와 메모리, 커넥티비티 칩을 탑재한 IoT 개발보드 ‘아틱(Aritik)’을 공개했다. 삼성 전략혁신센터(Samsung Strategy Innovation Center, SSIC)를 이끌고 있는 손영권 사장은 이날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삼성전자가 개발한 IoT 플랫폼은 업계 최고 수준의 개방성과 보안성을 갖추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역량(대량 생산, 앞선 칩 및 패키징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한 아틱은 개발자의 아이디어를 빠르게 현실화시켜 IoT 완성품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SSIC는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부품(DS) 부문의 산하조직이다. 즉,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이날 IoT 플랫폼 사업에 출사표를 던짐 셈이다. 업계에선 오는 2020년 상호 연결되는 IoT 기기의 수가 250억개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자사 메모리, SoC, 커넥티비티 칩의 출하량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EE타임스에 따르면 손 사장은 “아틱의 성공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틱 개발보드는 3종류, 추후 라인업 늘릴 듯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아틱은 성능에 따라 10, 5, 1 시리즈 3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모듈 가격은 10~100달러 사이에서 책정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모두 모두 개방형 설계 기준을 만족하며 하드웨어 보안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전용 개발 도구도 함께 제공된다. 추후 다양한 형태의 변형 개발보드도 연이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아틱10에는 ARM 코어텍스 A15, A7 코어를 각각 4개씩 탑재한 옥타코어 SoC가 얹힌다. 각 코어의 동작 속도는 1.3GHz, 1.0GHz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RM 말리 T628 MP6이다. 이 SoC 위로는 2GB LPDDR3 D램이 패키지온패키지(Package on Package, PoP) 형태로 적층돼 있다. 저장장치로는 16GB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가 적용됐다. 통신 규격은 무선랜, 블루투스, 블루투스 LE, 지그비를 지원한다. 개발보드의 면적은 29×39mm다. 홈 서버, 멀티미디어 재생기기에 적합하다.
아틱5는 크기, 전력소모,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균형을 맞춘 개발보드다. 1GHz로 동작하는 ARM 코어텍스 A7 코어 두 개를 넣어 SoC로 꾸몄다. 크기를 줄이기 위해 512MB LPDDR2 D램과 4GB eMMC를 저장장치를 SoC 위로 쌓아올리는 이팝(embedded Package on Package, ePoP) 기술이 적용됐다. 통신 규격은 아틱10과 마찬가지로 무선랜, 블루투스, 블루투스 로에너지(LE), 지그비를 지원한다. 이 개발보드의 면적은 29×25mm다. 홈 허브, 네트워크 카메라, 드론, 고성능 웨어러블 기기를 이 보드로 만들 수 있다.
아틱1은 업계 최저 수준의 저 소비전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보드 면적은 12×12mm로 매우 작다. 연산을 맡는 SoC는 80~250MHz로 동작하는 이매지네이션의 밉스(MIPS) S32 코어와 1MB의 D램으로 구성됐다. 저장장치로는 4MB 용량의 플래시 메모리가 탑재돼 있으며 SoC와는 직렬 주변기기 인터페이스(Serial Peripheral Interface, SPI)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자이로스코프, 가속도, 지자기 센서를 합친 9축 센서가 내장돼 있다. 통신 기능은 블루투스 LE를 지원한다. 간단한 웨어러블 기기를 포함해 전력을 적게 먹고 크기가 작은 IoT 기기에 적합하다.
플랫폼 확산을 위한 생태계 결성에 초점
삼성전자는 아틱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 업체와도 협력 관계를 맺었다. 우선 개방형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아두이노(Arduino)와 손을 잡았다. 아두이노는 2005년 첫 선을 보인 플랫폼으로 각종 센서의 조작이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정보가 완전하게 개방돼 있어 누구라도 개발 보드를 구매하면 다양한 형태의 IoT 기기를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으로 아두이노와 동일한 통합개발환경(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 IDE)에서 아틱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두이노를 활용해 IoT 기기를 만들었던 기존 전자 엔지니어를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IoT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유의미한 정보로 재가공하는 기술을 가진 미디엄 온(Medium One), 무선 데이터 전송 소프트웨어 스택을 보유한 템부(Temboo)와도 협력한다. 작년 8월 인수한 개방형 스마트 홈 플랫폼 업체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 역시 내부 협력 대상이다.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SAMI(Samsung Architecture for Multimodal Interactions) 역시 아틱과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SAMI는 데이터 수집, 상황 인지, 맥락 분석, 음성 인식 및 안내 기술을 포괄적으로 통합한 개방형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자사의 아틱 플랫폼으로 다양한 IoT 환경을 구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부기오(Boogio)는 각종 센서를 탑재한 신발을 소개했다. 이 신발은 피트니스, 운동선수들의 훈련 데이터를 수집할 때 활용될 수 있다. 부기오는 최근 플로리다 병원과 협약을 맺고 아이들의 재활 치료 활동에 이 신발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지 테스트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도 소개됐다. 위낫(Weenat)은 농업 분야의 혁신을 주도할 IoT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해당 솔루션으로 흙과 공기의 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농부의 스마트폰으로 전송, 적절한 물 사용량을 알려줘 낭비되는 물 사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템부는 스마트 물탱크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 솔루션은 물탱크에 저장된 물이 일정 용량까지 줄어들면 이를 관리자에게 알려줘 사전에 충분한 양으로 보충할 수 있게끔 돕는다. 템부는 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아틱 플랫폼과 자사의 무선 데이터 전송 소프트웨어 스택을 활용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삼성전자 SSIC가 발굴한 스타트업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아틱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상금 10만달러를 걸고 ‘물 절약’라는 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공모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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