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 클라우드 식민지 될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오는 9월 28일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이는 국내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관련 업체들의 기대감도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법 통과 이후 오히려 해외 클라우드 기업의 매출만 올려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위한 걸림돌은 제거됐지만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해외 업체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다가 오라클, SAP등 해외 IT기업이 점유하고 있는 DBMS나 ERP 분야처럼 클라우드 시장도 외산 일색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21일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형 고객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AWS코리아 추산에 따르면 약 2000여명이 이날 행사장을 찾은 만큼 국내 기업 및 개발자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런데 이날 행사장에 참여한 업체들의 부스를 살펴보고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클라우드 사업을 한다던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AWS 클라우드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수준의 내용을 전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치 국내 업체들이 앞에 나서서 아마존 클라우드를 전도하는 느낌”이라며 “이러다가 아마존 클라우드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물론 최근 많은 국내기업들이 AWS를 비롯한 다양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공급, 관리해 주는 ‘클라우드서비스브로커리지(CSB)’라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고 있지만,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단순한 재판매 이상의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긴 힘들다.
이들은 “클라우드를 이용하려는 고객 대부분이 아마존만 찾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만난 한 CSB 업체 관계자는 “외산 클라우드 외에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도 판매하고 있지만 현업에서 외산 클라우드 영업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원하는 이용자와 대화할 때 영업직원이 먼저 얘기하지 않는 한 국내 서비스가 거론되는 일조차 없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전세계 IT 시장은 클라우드 환경으로 서서히 전환되고 있다. 향후에는 마치 수도와 전기를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는 것처럼, 몇 년 내 기업의 IT인프라의 대다수가 클라우드 환경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올해 1760억달러(한화로 약 1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MS와 구글, IBM, 오라클 등이 최근 클라우드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에 언급된 것처럼 AWS를 재판매하는 국내 업체들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AWS과 같이 폭넓은 서비스 포트폴리오와 빠른 기능 개선, 글로벌 인프라 등을 제공하는 업체를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AWS과 같은 해외업체의 영업 대행사 노릇만 해서는 한국IT에 미래는 없다.
IT투자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들이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해 초기투자비용을 줄이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실제 AWS과 같은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많은 국내 게임 업체와 스타트업들이 많은 혜택을 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을 육성시키고 산업을 함께 발전시킨다는 클라우드 발전법의 본래 취지와는 또 다른 얘기다. 클라우드 발전법만 통과됐다고 끝이 아니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을 진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민간기업과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머리를 짜내야 할 시기다.
AWS와 같은 해외 기업들의 클라우드 식민지가 되지 않으려면 국내 기술 기업에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 간 협업, 글로벌 기업의 플랫폼을 잘 이용하는 혜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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