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춘추전국시대…합산규제 최대 수혜자는?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전체회의, 법사위를 거쳐 입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이 시행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일단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주하던 KT 진영의 상승세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KT그룹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할지, 그리고 KT 위기에 따른 반대급부를 어느 사업자가 차지할지도 미지수다. 또한 포화된 유료방송 시장이 이동통신 시장을 답습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현재의 점유율 구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다. <디지털데일리>는 합산규제 시행으로 인한 사업자간 득실을 분석해봤다.
◆KT스카이라이프 위기극복 카드는?=합산규제 직격탄을 맞는 곳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다. KT의 IPTV 상품과의 결합상품인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 출시로 2013년 한 때 주가가 4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현재 주가는 1만6000~7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즉, 현재 상황도 썩 좋지 않다는 뜻이다. OTS 효과도 누릴 만큼 누렸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점유율 규제까지 받게 됐으니 엎친 데 덮친 겪이다.
위성방송 단품만으로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 이미 유료방송은 결합상품이 대세인 시대다. KT의 유무선 상품과의 결합이 성장의 중요한 조건 중 하자지만 이번 점유율 규제로 당분간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게 됐다. 점유율 규제가 3년으로 종료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재검토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찌됐든 KT스카이라이프는 미래전략을 세우기가 어려워졌다. 과거 주가가 4만원을 돌파하던 때의 영화를 재현하는 것 역시 당분간은 힘들어 보인다.
◆KT 미디어 전략 수정 필요=KT는 조금 상황이 달라 보인다. 처음 OTS를 내놓은 것은 IPTV 콘텐츠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초창기 IPTV는 스포츠 등 필수 채널을 수급하지 못해 고전했었다. 하지만 KT는 위성방송 실시간 채널에 IPTV의 주문형비디오(VOD) 결합으로 가파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KT의 IPTV는 채널공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OTS만의 장점이 희석돼가는 상황에서 굳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방송+방송 결합상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위성방송은 KT 미디어 사업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에게도, 현 황창규 회장에게 있어 미디어 사업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KT 유선사업의 유일한 희망이다. 일단 KT 입장에선 향후 3년간 입장이 애매모호해졌다. 이젠 사업이 잘 될수록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기반의 성장 전략에서 콘텐츠 경쟁력, 즉 내실을 다지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케이블TV 반전계기 마련할 수 있을까?=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케이블TV 사업자의 승리로 볼 수 있다. 현재 케이블TV는 인수합병을 제외하면 IPTV에 일방적으로 가입자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이번 합산규제 통과가 절실했다. 하지만 100%의 승리는 아니다. 역시 3년 후의 불투명성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익이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KT 상승세에 제동을 건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IPTV는 통신3사지만 케이블TV는 5대 대형사업자(복수종합유선방송사 MSO)에 개별 SO 등 상당히 많은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물론, 시장은 MSO들이 주도하지만 태광(티브로드), CJ(CJ헬로비전), 현대(현대HCN) 등 주요 MSO들의 통신방송 경쟁력과 지역사업자 한계를 감안할 때 이번 합산규제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여전히 점유율 상승 도구가 씨앤앰 등 인수합병 이슈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숨은 승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SKB와 LGU+는 점유율 규제에 있어 케이블TV와 궤를 같이했지만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숨은 조력자였다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하지만 KT나 일각에서는 이번 합산규제의 최대 수혜자로 SKB를 꼽고 있다. KT가 IPTV 시장 초기 방송+방송 결합상품으로 재미를 봤다면 이제는 유무선 결합상품이 유료방송 점유율 경쟁을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SKB의 유선상품 경쟁력은 모회사인 SK텔레콤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어떤 때에는 마케팅비를 집행하지 못해 아주 저조한 순증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통신사 모두가 미디어 사업을 적극 육성하는 분위기에다 모회사의 재판매, 결합상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SKB는 1월에도 사상최대 순증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미 성장률에서는 KT를 앞질렀다. 증권가에서도 SKB가 합산규제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리포트를 내놓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SKB 만큼은 아니다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유료방송도 5:3:2 구도로?…당분간 춘추전국시대=법이 실제 시행되면 최소 3년간은 불투명성이 제거된다. KT진영을 제외한 나머지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수도권 강자인 씨앤앰을 가져가는 MSO 및 IPTV 사업자는 당장 1위 KT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다. 보다 탄탄해진 가입자 기반에 모바일(알뜰폰)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하향곡선을 상승곡선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SKB, LGU+ 역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과도한 결합상품 할인, 경품 등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또한 유료방송 저가화, 통신 끼워팔기 등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KT의 OTS 처럼 경쟁사와 차별화된 상품 등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사업자가 KT를 대신해 꾸준히 치고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은 어느 순간에 유료방송 시장 역시 이동통신 시장의 5:3:2 구도처럼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케이블이 하락세라고 하지만 3대 MSO들은 그래도 대기업 계열이다. 방송 자체의 경쟁력, 노하우는 통신사에 밀리지 않는다. 다만, 시장규모에 비해 사업자 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인수합병 이슈가 지속될 수 있다. 그 기간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소 합산규제가 시행되는 3년 동안 유료방송 시장은 춘추전국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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