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수출 쌍끌이 휴대폰, 이제는 넛크래커 신세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휴대폰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위로는 애플에, 밑으로는 중국 제조사들의 사이에 끼인 마치 넛크래커(nut-cracker) 형국이다. 애플 아이폰6 인기는 여전히 뜨겁고 중국산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은 141억5000만달러로 1월 기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동안 반도체와 함께 수출 쌍끌이 역할을 해오던 휴대폰의 수출은 20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5.1% 줄었다.
스마트폰 수출도 줄었다. 1월 수출실적은 연말 재고조정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에 경쟁심화로 7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5.3%나 줄었다. 대 미국 휴대폰 수출은 4억1000만달러로 5.9% 감소했고 EU로의 수출은 78.3%나 줄어든 8000만달러에 그쳤다.
수출감소의 직접적 원인은 애플과 중국 기업과의 경쟁심화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발 빠른 추격자로 시작해 세계시장을 평정했지만 이제는 위아래에서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인 애플의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전 세계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70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에도 상승세는 거침이 없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세계 휴대폰 수익의 93%를 가져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에 이익은 뒤져도 판매대수는 멀찌감치 앞서있었지만 지난해 4분기는 박빙이었다. 아이폰6는 여전히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샤오미, 화웨이, ZTE 등 중국 휴대폰 제조사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 올라오고 있다. 특허에 발목이 잡히며 세계 시장 공략에 다소 제한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계속해서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과거 잠재적 위협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샤오미는 인도와 브라질 시장에 현지 생산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화웨이는 중동, 아프리카에서 애플을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은 중국 제조사만 위협적이지만 인도 업체들이 중국 기업들의 뒤를 이을 경우 국내 기업들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빛바랜 1위 사업자가 된 삼성전자는 갤럭시S6로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오랜 기간 이어진 갤럭시 시리즈는 나름의 로열티와 브랜드 가치를 지녔지만 아이폰6를 압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LG전자도 이달 전략 스마트폰 G플렉스2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폭발적 인기는 아니다.
휴대폰 수출 부진은 국내 ICT 시장은 물론,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년간 휴대폰은 반도체와 함께 ICT는 물론, 전체 무역수지 흑자를 견인하는 1등 공신이었다. 가격, 브랜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머릿속도 복잡해져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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