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LG전자, 베를린서 억지로 삼성 세탁기 4대 산 까닭은?
- 국내 소비자, LG전자 매장서 같은 일 해도 넘어갈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다. LG전자가 ‘국제가전박람회(IFA) 2014’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망신살이 톡톡히 뻗쳤다. 베를린 최대 가전 매장에 전시돼 있던 삼성전자 세탁기를 망가뜨리다 매장 직원에게 걸렸다. 현장에서 적발된 이는 LG전자 임원과 직원 2명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사실관계를 부인해 출동한 경찰에게 조사를 받고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뒤 혐의를 인정했다. LG전자는 파손된 세탁기 4대를 구입하고 일을 덮었다.
LG전자는 이 일에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금일 ‘경쟁사 제품 파손’ 논란과 관련해 실제 상황을 알려드립니다.
1. 고의 파손 및 혐의 부인 관련
- 당사가 경쟁사 제품을 폄하할 목적으로 몰래 경쟁사 제품을 훼손시키려 했다면 연구원들이 갈 이유가 없음!!
- 그런 불순한 의도가 있다면 보다 계획적으로 발각되지 않을 사람, 방법을 모색했을 것임.
- 어떤 회사든,
연구원들이 해외 출장 시 현지 매장을 방문해 자사는 물론 경쟁사 제품의 제품 사용 환경을 알아보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활동임. 이번에도 자사에서 현지로 출장 간 연구원 가운데 일부가 베를린 시내 소재, 여러 가전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양판점을 방문해 자사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제품을 테스트한 사실이 있었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특정업체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
- 파손 혐의를 부인했다고 하나…
고의성이 없는 품질 테스트 차원이라고 설명한 것을 프로모터가 오해한 것.
2. 연행 관련
- 현지 매장 직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이 양측의 주장을 들은 후 양판점 측과의 원만한 합의를 제안한 적은 있으나, 연행은 없었음.
‘경쟁사 제품을 폄하할 목적으로 몰래 경쟁사 제품을 훼손시키려 했다면 연구원이 갈 이유가 없다’라는 해명은 당연하다. 설마 세계 가전 시장에서 1등을 노리는 LG전자가 이랬을 일은 없다. LG전자의 말처럼 ‘불순한 의도가 있다면 보다 계획적으로 발각되지 않을 사람과 방법을 모색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부터가 이상하다. LG전자가 일을 벌인 ‘자툰(SATURN)’은 미국 베스트바이 같은 양판점이다. 베를린 최대 가전매장이다. 서로 다른 기업의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어 업계 관계자도 많이 드나든다. 필자도 2012년 IFA 2012 출장 때 자툰 알렌산더플라츠 매장을 들렀다. 소비자 입장서 이것저것 살펴보는데 양판점만한 곳이 없다. LG전자 말처럼 말이다.
테스트는 기준을 갖고 한다. LG전자도 삼성전자도 비공식적으로 경쟁사 제품을 구매한다. 구매한 제품은 연구소에서 이것저것 들여다보는데 활용한다. 심지어 뜯어도 본다. 매장은 다르다.
‘예상치 못하게 특정업체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LG전자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 제품만 특히 센 힘으로 문을 열고 닫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일반 매장에서 팔기 위해 내놓은 드럼세탁기의 문이 정상적 환경에서 이렇게 빨리 파손된다면 삼성전자 세탁기를 자툰이 팔 까닭이 없다. 사후서비스(AS)로 난리가 났어도 벌써 났다. 자툰 입장에서 삼성전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탁기만 많이 팔면 된다.
더구나 파는 제품을 파손시키면 변상을 해야 한다. LG전자는 ‘고의성이 없는 품질 테스트 차원이라고 설명한 것을 프로모터가 오해한 것’이라고 했지만 걸리지 않았다면 배상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소비자가 LG전자의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구매 때문에 만지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특히 그가 경쟁사 직원이었다면 이렇게 넘어갔을까. 앞으로 소비자는 LG전자 스마트폰을 사기전에 던져본 뒤 파손될 경우 테스트 목적이었다고 하면 배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은 LG전자가 이번에 구입한 4대의 세탁기에 대해 삼성전자에 AS 요청을 할지다. 이번 일은 기업이 소비자한테 대하는 태도로 돌려보면 삼성전자에게 LG전자는 블랙컨슈머와 다를 바 없다. 테스트는 의도가 있는 행동이다. 의도가 있는 행동을 하다가 벌어지는 일을 우리는 흔히 고의적이라고 한다. 고의적 파손은 변상책임이 있다. 그게 여태까지 모든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가했던 책임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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