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T기반 신 지급결제 검토, 좀 더 속도내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실시간 전자금융거래가 가능한 나라’, ‘타행 이체 및 거래가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나라’. 우리나라 은행의 IT기술을 얘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얘기다. 실제로 세계 어디에서도 우리나라 은행과 같이 서비스 이용 편의성이 확보된 나라를 찾긴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IT기술을 발전에 따라 금융 서비스 편익이 상승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열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만난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산업이 인프라에 비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과도한 규제 탓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 시가총액 비중이 말레이시아 등 나라에 따라잡힌 지 오래이며 여기에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가 자랑하는 금융IT 기술 역시 기존 전자금융거래 체계 안에서 발전된 탓에 ‘깊이’는 있지만 ‘넓지’는 못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법령 해석과 규제를 고민해야 하는 본인인증 방식이나 모바일 지급결제, 생체인증 수단을 이용한 전자거래 방식 등에 대해선 외국에 비해 한발은 늦은 상태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탓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말을 꾸준히 해왔다. 다만 금융당국에 눈치가 보일까 공개석상에서 이러한 의견을 표출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 초 정부가 규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금융당국 역시 지난 4개월간 관련 기관과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섰다. 이후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과 공동작업을 통해 마련한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금융발전심의회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 발표했다.
어찌됐던 금융당국이 금융규제에 대한 해소에 나선 것은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IT기술을 적용한 전자금융거래에 관해 금융당국이 선제적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지만 좀 더 빠른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당국은 IT 발달에 따른 지급결제 서비스 혁명 및 유니버셜 뱅킹 등 환경‧수요 변화에 대한 선제대응 필요에 공감하고 확정된 과제는 하반기에 즉시 법령‧내규 개정 등을 추진해 가급적 연내에 시행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이고 업체간 이해가 첨예한 과제는 공론화, 연구용역 등을 통해 장기과제로 지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IT 발달로 인한 지급결제 방식 다변화 등이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IT기술과 결합된 지급결제 방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플랫폼 상에서 전자거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나 애플의 아이비컨(iBeacon)을 활용한 결제 방식 등 새로운 결제 방식이 실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의 새로운 결제 방식에 대한 접근은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공인인증서를 탈피하기 위한 새로운 본인인증 방식의 보안성 심의도 이번 달에야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며 근접지급(NFC) 결제 활성화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물론 글로벌 결제 서비스 업체인 페이팔(PayPal)에서도 보안 결함이 발견되는 등 세계적인 결제 기술 발달도 허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도전 없이는 발전도 없듯이 세계적인 금융 IT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금융환경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우리에게 시급한 상황이다.
돌다리로 두들겨 보고 가라는 신중함은 중요한 미덕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때로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할 때도 있다. 우리가 강점으로 내세우던 실시간 거래, 타행 거래 등은 새로운 금융결제 패러다임에선 더 이상 강점이 아니게 될 수 있다.
여태까지의 노력을 공염불로 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과감하고 빠른 정책 결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때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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