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50년 이어온 메인프레임, 어떻게 만들어질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50년을 이어온 IBM의 대표제품, 메인프레임은 과연 어떠한 과정으로 만들어질까.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산업의 역사는 IBM 메인프레임과의 대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메인프레임은 지난 50년 동안 기업 IT 인프라에서 핵심적인 역할, 경쟁사들에겐 공략의 대상이 돼 왔다.
메인프레임 50주년을 기념해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행사의 일환으로 메인프레임의 제품 디자인, 생산·조립 현장에 가는 기회가 주어졌다.
9일(현지시간) 오전 8시경 미국 뉴욕 맨하탄 시내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약 1시간 40분 가량을 달리자 IBM 미드허드슨밸리(MHV)에 위치한 포킵시 센터가 나타났다.
바로 이곳이 IBM의 대표 제품이기도 한 메인프레임(시스템z)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광대한 대지에 20개 이상의 빌딩이 흩어져 있었고, 제일 처음 안내된 곳은 방문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IBM 이큐제큐티브 브리핑 센터’였다.
신분증을 맡기고, 명찰을 받자 드디어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됐다. 마침 인근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견학을 와 있었다. IBM이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엔지니어링위크(Eweek)의 일환이라고 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IBM의 기술과 제품 등을 체험시켜주는 과학교육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현지 직원인 폴 드레이크 엔지니어의 안내를 받아 메인프레임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전 단계인‘제조/조립 엔지니어링(Manufacture Engineering)’단계부터 볼 수 있었다.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이 지난 2012년에 출시된 가장 최신의 메인프레임 제품인 z엔터프라이즈 EC12,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전시돼 있는 50년 전 첫 메인프레임 제품, 바로 ‘시스템360’이었다. 시스템 본체와 마그네틱 테이프 시스템, 타이프라이터 등으로 구성된 이 ‘유물’은 지금의 제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드레이크 엔지니어는 “여기에 저장되는 메모리 용량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용량보다 작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이 테이프시스템의 관련 기술은 현재 IBM의 스토리지 제품에 적용돼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동한 곳은 메인프레임의 ‘심장’이기도 한 멀티칩모듈(MCM, Multichip Module)을 조립하는 곳이다. 온도와 전압 등 다양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섀시에 이를 장착하는 과정이다.
현재 메인프레임 1대에는 최대 4개의 MCM을 장착할 수 있으며, 이는 대략 4테라플롭스(Tflops)의 성능을 낸다. MCM 자체는 IBM에서 직접 제조한다. 이는 포킵시에서 20마일 가량 떨어진 지점과 캐나다 버몬트 등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본격 조립하는 장소인 ‘리프트 스테이션(Lift Station)’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인프레임은 모든 제품이 맞춤화(커스토마이징)된다. 고객사가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요구사항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리프트 스테이션은 약 11개가 있었다. 바쁜 시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이 단계에선 약 160명의 인원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바쁜 시기에는 35년 이상 일한 은퇴자들을 파트타임으로 부르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메인프레임 한 대의 무게는 보통 4000파운드, 약 1800킬로그램(kg)에 달한다. 때문에 모든 바닥은 빨간색, 회색 등 색깔별로 견딜 수 있는 무게(하중)을 명시하고 있었다.
리프트 스테이션을 지나자 D01~D98로 명시된 테스트 현장이 나타났다. 여기에서는 냉각(수냉/공냉) 방식, 애플리케이션 구동 테스트 등이 진행됐다.
드레이크 엔지니어는 “포킵시에선 ‘콜 홈(Call Home)’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데, 이는 고객이 시스템 사용 중 문제가 생겼을 때 이곳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메인프레임은 각 시스템 부품별로 바코드가 부착돼, 시리얼 넘버만 확인하면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분석이 가능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스템 복잡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현재 부품 조립, 테스트 등을 거쳐 메인프레임이 고객에 최종 납품되기까지 최대 5일이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가 향한 곳은 제품 디자인 등을 위한 개발 엔지니어링(Development Engineering)이 이뤄지는 곳, ‘클락 타워’라고 불리는 건물이었다. 건물 밖에 시계가 걸려있어 이 곳 직원들에게 그렇게 불린다고 했다.
이는 바로 직전 우리가 다녀온 제조/조립 엔지니어링 과정 전에 진행되는 과정이다. 메인프레임과 스토리지 등에 들어가는 모든 하드웨어 부품과 펌웨어 등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여기에선 현재 165개의 서로 다른 시스템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10만개 이상의 연결 부품 등의 테스트도 이뤄진다. 이곳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또한 이곳에선 현재까지 출시된 IBM 메인프레임 모든 제품을 볼 수 있었는데, 2000년대 초반에 출시됐던 z시리즈의 첫 제품 z900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IBM의 지난 50년 메인프레임 역사가 이곳에서 숨쉬고 있었다. 앞으로 출시될 메인프레임 제품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뉴욕(미국)=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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