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과징금에 영업정지, 이통사의 이상한 보조금 ROI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최근 페이스북이 미국의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19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ICT 시장에 놀라움을 안겨줬다. 생각보다 비싼 금액에 인수했다는 점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하지만 페이스북도 기업인 만큼, 왓츠앱 인수를 통해 투자금액 이상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숨어있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인수합병의 결과가 높은 투자대비수익률(Return on Investment, ROI)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사례로는 구글의 모토로라 매각을 들 수 있겠다. ROI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아마 구글도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기업들이 ROI만을 바라보고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수익률을 자랑하는 애플도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최근 애플의 팀쿡 CEO는 주주총회에서 애플의 환경투자에 불만을 품은 주주에 “애플이 ROI만을 위해 사업하기를 원한다면 주식을 팔고 나가라”며 “애플 기기를 시각장애인들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데에 ROI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ROI는 기업에게 절대적인 가치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투자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것은 기업에게 있어 기본임에는 틀림없다. 최소한 투자금액 이상의 수익을 내야 회사를 운영하고, 직원들 월급도 줄 것이다.

그런데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ROI 측면에서 충분히 마이너스가 예측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헛 투자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끊을 수 없는 대표적인 비효율 투자는 바로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과잉보조금이다.

ROI 측면에서 보면, 공짜폰은 대표적인 경영 실패사례다. 특히, 최근에는 100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풀리기도 했다. 100만원 보조금을 받은 A라는 가입자가 한 달에 5만원 가량의 요금을 낸다면 이통사는 A로부터 2년간 20만원의 수익을 거두는데 그친다. 이통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3만5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어떤 가입자에게는 돈을 벌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내는 경우는 없다. 나름 상당한 수익을 거둔다. 누군가가 A의 수익을 대신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의 이통사 규제는 이같은 이용자차별에 근거를 둔다.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서비스 대가를 지불하는 구조가 왜곡돼있는 것이 이용자 차별을 발생시킨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영업정지에 1000억원의 과징금 등 규제수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하지만 사상최대 과징금을 받고도 보조금 전쟁은 멈출 줄 모른다. 전쟁의 결과는 늘 영업정지, 수백억원 이상의 과징금이라는 것을 알고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 보조금 전쟁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이통3사가 처해 있는 현실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원체 ARPU가 낮았던 LG유플러스의 경우 LTE로 전환되면서 좀 재미를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점유율에 목이 마르다. 반면, KT는 마케팅비는 마케팅비대로 쓰고 고객은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빼앗긴 고객을 어떻게든 다시 찾아와야 한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50.5%를 수성하려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쪽에서 뛰기 시작하면 모두 뛸 수 밖에 없다. 사실 정부가 뛰지말라고 강제하는 것도 우습다. 보조금을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이라며 이미 수년전에 폐기처분됐다.

지난 주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여야의 정쟁으로 국회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는 아마도 법 없이 이통사와 전쟁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대통령까지 시장안정화를 주문했는데, 뭔가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시장조사-과징금 및 영업정지 처분으로 이어지는 조치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요금인가제 폐지, 인센티브제도 도입, 알뜰폰 활성화 및 신규이통사 선정을 통한 경쟁활성화 등 다양한 대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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