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오라클과의 백년가약을 맺었던 세일즈포스닷컴이 6개월도 안돼 바람이 난 것일까?
이번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례 컨퍼런스 ‘드림포스2013’를 개최하고 있는 세일즈포스닷컴이 HP와 끈끈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HP가 세일즈포스닷컴에 최적화된 전용 하드웨어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발표에 따르면, HP는 세일즈포스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전용의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장비를 ‘수퍼팟(superpod)’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한다. HP가 지금까지 줄곧 외쳐왔던 ‘컨버지드 인프라’ 전략을 세일즈포스닷컴이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세일즈포스닷컴은 지난 7월 이미 오라클과 전면적인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는 점이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닷컴과 오라클은 9년에 걸쳐 두 회사의 클라우드를 통합하고, 리눅스 운영체제, 오라클 DB, 오라클 미들웨어 등을 세일즈포스닷컴에서 표준으로 활용한다. 또 오라클 엑사데이터 등 엔지니어드 시스템을 세일즈포스닷컴이 도입키로 했었다.
오라클과 HP는 현재 IT 시장에서 가장 사이가 안 좋은 관계다.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하면서, HP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인텔 아이테니엄 프로세서를 두고 법정 소송까지 벌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라클과 사랑을 약속한 세일즈포스닷컴이 반년만에 HP에 미소를 날리는 것이 오라클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HP와의 제휴는 하드웨어 중심이고, 오라클과의 제휴는 소프트웨어 중심이지만, 두 회사 모두 최근에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어플라이언스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일즈포스닷컴의 교묘한 양다리 전략이라는 평가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이런 양다리 전략을 잘 구사한다. 미국에서 뜨고 있는 클라우드기반의 인사관리(HCM) 서비스 업체 워크데이와 제휴를 맺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오라클 HCM과도 긴밀한 파트너십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오라클 DB와의 이용 계약을 맺으면서 오라클을 대체할 수 있는 오픈소스DB인 포스트그레SQL 전문가들을 대거 고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파커 해리스 세일즈포스닷컴 공동창업자는 “우리는 특정 회사와 독점적인 파트너십을 맺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고객이 선택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