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타트업의 올바른 엑시트는 무엇일까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최근 국내 IT업계에서는 ‘제2의 벤처 붐’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새 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걸고 소프트웨어 등 IT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IT 스타트업의 특징은 ‘엑시트(투자회수,Exit)’ 경로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에 일어난 IT거품 시절에는 오로지 ‘상장’만이 창업자들의 목표였다. 당시에는 회사를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 매각하려는 창업자는 언론과 업계의 비난을 받았고, 회사를 매각하지 않고 지키는 것이 ‘선’인 것처럼 포장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엑시트 방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등장한 상당수의 창업자들은 ‘위대한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보다는 기회가 되면 매각하고 빠르게 엑시트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1990년대는 회사 매각을 변절로 치부했었지만, 이제는 성공사례로 칭송받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대를 받았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장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6년 6월 NHN(현 네이버)에 인수된 ‘첫눈’을 보자. 첫눈은 장병규 현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가 설립한 검색전문회사로 “한국의 구글이 되겠다”는 포부를 앞세워 업계에서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검색 관련 유능한 인재들은 첫눈에 다 모여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결국 ‘한국의 구글’은 탄생하지 않았다. 네이버의 대안으로 기대를 받았던 첫눈이 네이버에 흡수되면서 결국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만 더욱 공고해졌다. 네이버는 첫눈의 인재들을 일본 검색 시장 진출을 위해 투입했지만, 이마저도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모바일메신저 ‘틱톡’을 개발해 SK 플래닛에 인수된 매드스마트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카카오톡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틱톡은 SK플래닛에 인수된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들은 부자가 됐지만, 사용자들의 혜택이 늘었는지는 의문이다.
IT에 대해 비판적인 IT전문가로 유명한 니콜라스 카 전 하버드비지니스리뷰 편집장은 ‘빅 스위치’라는 저서에서 “(인터넷이) 소수의 개인들에게 부를 집중시킨다”고 비판한 바 있다.
카는 대표적인 예로 유튜브를 들었다. 유튜브가 인기를 끌고 구글에 1조8000억원에 매각되면서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자웨드 카림 등 소수의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은 억만장자가 됐지만, 유튜브의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든 제작자들과 사용자들은 얻은 것이 없다는 비판이었다.
또 유튜브는 소수의 직원들만 고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고 카는 전했다. “유투브의 경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경기에 참여하지만 불과 몇몇만이 보상을 받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의 최고 성공사례이자 훌륭한 투자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장병규 대표는 다른 의견을 펼쳤다.
장 대표는 “첫눈, 틱톡의 경우 서비스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생태계가 약화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첫눈의 멤버들이 현재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주축 멤버”라면서 “라인을 통해 글로벌 성공을 거둔 인적 자본이 한국에 쌓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틱톡의 주축 멤버들도 현재 미국에서 SK플래닛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이 역시 미국 진출을 위한 인적 자본이 쌓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세우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엑시트 할 것이냐도 중요하다. 단순히 창업자와 투자자에게만 이득이 되는 엑시트라면, 스타트업을 위해 창조경제니 뭐니 해서 사회적인 지원을 강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떤 엑시트가 올바른 방법인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1990년대처럼 매각은 변절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과하지만, 요즘 일부 젊은 창업자들처럼 매각만이 목표인 듯 보이는 것도 문제가 있다.
니콜라스 카 편집장과 장병규 대표의 중간 어딘가에 정답이 있을 것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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