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에 울고웃는 금융권 IT시스템
- ING생명 매각작업 난항,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으로 다시 합병 논의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권의 인수합병 움직임으로 인해 IT시스템 및 조직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인수합병 진행 여부에 따라 대규모 IT 시스템 투자 향방이 가늠될 전망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시스템 통합 등 다양한 금융IT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 매물로 나온 ING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에서 펀드사인 MBK파트너스로 변경되면서 ING생명이 최근 오픈한 차세대시스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ING그룹은 ING생명을 인수할 배타적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를 택했다. 당초 ING그룹은 동양생명 컨소시엄을 인수 대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결국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은 지난 18일 차세대 시스템 ‘ELIS(Enterprise Life Insurance System, 엘리스)’를오픈했다. 엘리스는 300여 명의 인력이 2년이라는 개발과정 끝에 완성된 프로젝트로 5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대규모 차세대 시스템이다.
당초 ING생명 인수대상자로 동양생명 컨소시엄이 지목되면서 업계에서는 동양생명과 ING생명의 시스템 통합이 장기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동양생명이 우선협상 과정에서 탈락하면서 이러한 시스템 통합 논의 역시 마무리됐다. 자연스럽게 동양생명의 IT운영을 전담하던 동양네트웍스의 ING생명 IT아웃소싱 가능성도 없던 일이 됐다.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된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인 만큼 기존 ING생명의 IT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어 차세대시스템 엘리스 체제아래서의 IT운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단기간 수익창출에 집중할 경우 지원업무에 대한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IT운영 전략 변화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현재 ING생명은 자체 전산인력을 통해 시스템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계 생보사 일부가 IT아웃소싱을 통해 전산운영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거의 모든 IT시스템 운영을 직접 맡아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업무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IT아웃소싱 등 다양한 방법이 모색될 것으로 보여 IT업무에 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가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를 허가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사모펀드의 금융사 인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정적인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인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책금융공사의 경우 출범 후 1800억원대의 투자를 통해 구축된 IT시스템이 다시 통합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달 안에 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재통합 방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합병이 확정되면 지난 2009년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분리된 지 4년만에 다시 통합 산업은행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앞서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과 분리 당시 산업은행의 기존 시스템에서 업무 영역별로 분리 이식해 사용해온 IT시스템을 정책금융공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반영해 새로 구축하기 위해 찻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을 지난해 말까지 진행한 바 있다.
SK C&C가 주사업자로 참여한 이번 사업은 230억원이 투입됐으며 이밖에 정책금융공사는 독자적인 국제회계기준시스템(IFRS) 구축 사업도 추진하는 등 독자적인 IT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산업은행으로 다시 통합될 경우 사실상 시스템 재통합, 혹은 이식작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산은금융지주는 해체수순을 밟게 된다. 지주사 차원의 리스크 관리와 싱글뷰(Single View) 확보 차원에서 구축됐던 IT시스템은 산업은행으로 다시 흡수되거나 재구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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