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국 ‘애플 판금’ 거부권 후폭풍…공격 수단 상실, 남은 선택은?
- 삼성전자, ‘양보 vs 시간벌기’ 선택 쉽지 않아…9일 패소 경우 ‘막다른 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애플과 특허소송에서 막다른 길에 몰렸다. 반전의 기회였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뒤집었다. 사실상 삼성전자는 현재로선 미국에서 더 이상 애플을 공격할 수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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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소송은 결국 협상으로 끝난다. 특허소송 합의는 한 쪽으로 힘의 균형이 기울어야 이뤄진다. 협상 결과는 상호특허교환(크로스 라이센스) 형태지만 아쉬운 쪽이 양보를 해야 한다. 협상발표 시점 상황으로 누가 이익을 보고 양보를 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마찬가지다.
◆연내 협상, 삼성전자 ‘백기투항’ 가능성 높아=협상이 올해 안에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가 ‘백기투항’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를 넘긴다면 협상에는 추가적인 1~2년의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흐지부지 되는 길이다.
3일(현지시각) USTR은 ITC가 지난 6월4일(현지시각) 내린 애플 제품 수입금지 결정을 수용치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USTR이 ITC의 결정을 거부한 것은 지난 1987년 이후 처음이다. ITC는 당초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이 AT&T에 공급하는 ▲아이폰3G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1 ▲아이패드2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애플을 비롯 ▲미국 상하원 의원 ▲미국 통신사 AT&T와 버라이즌와이어리스 ▲소프트웨어연합 BSA 등이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종용해왔다.
USTR의 입장은 “표준특허는 법정서 로열티를 따질 문제지 수입금지까지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이 1차 본안 소송(C 11-1846)에서 무시했다.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공격은 하나마나가 된 셈이다.
◆삼성전자, 내년 캘리포니아 2차 소송 ‘한 가닥 불씨’=이제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꺼낼 카드가 없다. 남은 것은 양보뿐이다. 애플은 아직 남은 것이 많다.
우선 오는 9일(현지시각) ITC는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는지 판결한다. 수입금지 판결 확률이 높다. 이 결정도 USTR이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애플이 침해한 것은 표준특허 삼성전자가 침해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상용특허다.
또 하나는 같은 날 이뤄질 연방순회 항소법원의 삼성전자 제품 미국 내 수입금지 재판 진행 여부 결정이다. 이 소송은 애플이 작년 캘리포니아의 1차 본안 소송 배심원 평결을 근거로 제기한 소송이다. ITC건과 성격이 비슷하다.
두 판결이 애플에게 우호적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1차 소송 배상액 판결이 남았다. 이래저래 배상액은 많이 줄었지만 애플 특허를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는 사실, 즉 애플이 원래 주장해 온 ‘삼성전자=카피캣(Copy Cat)’이라는 명분은 그대로다.
내년 초까지 삼성전자는 잃은 돈은 많지 않겠지만 애플의 일방적 공격에 일정부분 브랜드 가치 하락은 감내해야 한다. 이것이 싫으면 먼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삼성전자-애플, 명분·실리 양자택일 기로=삼성전자가 연내 협상 카드를 버리면 이 소송은 정말 길어진다. 양자가 소송비용에 부담을 느끼지 않기에 취할 수 있는 전략이다.
내년에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질 2차 본안 소송(C 12-0630)은 양쪽 모두 상용특허로 겨룬다. 삼성전자는 여기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도 더 큰 악재를 접할 수도 있지만 남은 것은 이것밖에 없다. 이 소송의 승패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협상을 미루는 것이다. 협상은 빨라야 2014년 하반기에나 가능해지는 시나리오다.
물론 삼성전자는 특허 외적인 카드가 하나 더 있다. 부품이다. 당초 이 전쟁은 부품의 가격을 깎으려는 애플의 요구도 발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래도 이는 애플에 대한 양보 수준을 낮추는 도구 중 하나로 쓰일 뿐 꺾인 자존심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삼성전자에게는 양자택일이 남았다. 9일의 결과를 보기 전 백기를 들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장기적으로 끌고 갈지 두 가지다. 실리와 명분 둘 다 불확실성이 크다. 단기전은 후폭풍이 얼마나 불지 짐작이 어렵다. 장기전은 승소확률을 점치기 힘들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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