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구조적 변화?... 통합유지보수서비스 시장에 쏠리는 관심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5월, 한국IBM은 내부 조직개편을 통해 국내 금융권을 대상으로 '통합유지보수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IBM GBS소속의 이 팀은 금융권에 공급된 IBM 기종은 물론이고 HP, 오라클, EMC 등 이기종 시스템까지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권을 대상으로 멀티 벤더 서비스(MVS, Multi Vendor Service) 차원에서의 폭넓은 통합유지보수서비스 사업을 론칭시켰다는 점은 의미를 둘만하다.
최근 금융권에서도 IT인프라의 확장으로 유지보수 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해 진데다 유지보수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MVS란 단일한 IT업체가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IT업체의 제품들까지 유지보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IT업체들은 MVS를 하기에는 자체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문에 직접적인 통합유지보수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기존 멀티 벤더 유지보수전문업체와의 재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이같은 MVS 형태의 통합유지보수서비스는 국내에선 3~4년전부터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확산된 바 있다. 공공부문의 경우 유지보수사업에 대한 통합발주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IT업체들이 불가피하게 MVS에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IT업체들로서는 통합유지보수서비스를 통해 경쟁사의 제품을 윈백할 수 있는 영업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동기부여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통합유지보수서비스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비즈니스적인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점점 커보이는 금융권 통합유지보수서비스 시장 = 언제부터인가 금융권의 유지보수서비스 부문이 하나의 독립된 시장으로서의 가치를 갖게됐다는 점은 의미를 둘 만하다.
실제로 은행을 포함한 국내 대형 금융회사들의 올해 IT예산중 IT장비를 신규로 도입하기위해 배정한 자본예산 비중은 이미 수년전부터 5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IT부서의 인건비를 제외한 총 IT예산은 27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자본예산은 1111억원이다. 전체예산중 자본예산 비중은 약 41% 수준이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총 예산 2600억원중 자본예산은 1200억원으로 46% 수준이다.
금융권에서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하지 않아도 총 IT예산은 크게 줄어들지않은 이유는 IT인프라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유지보수비와 같은 고정적인 경비성 예산이 구조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IT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IT예산의 편성은 단기간에 바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IT업계에 따르면, 금액으로보면 은행당 150억~300억원 정도가 이같은 통합유지보수서비스 시장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권만 전체적으로 연간 5000억원대 시장으로 보고 있다.
금융 IT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통합유지보수서비스 시장이 눈에 띄게 된 이유다.
◆IT업계 ‘서비스중심 매출’ 경쟁 불붙나= 10년전, 오라클은 국내 금융권을 대상으로 유지보수서비스료 인상에 나서면서 이에 반발하는 금융권 고객사들과 한참동안 갈등을 겪었다. 라이선스 기준 8%였던 당시 유지보수료는 서비스 수준별로 최고 22%까지 세분화됐다.
결과적으로 당시 오라클의 사태는 유지보수서비스가 제품을 사면 당연히 제공되는 단순한 부가서비스 또는 공짜서비스가 아님을 금융권이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IBM도 지난 2009년 이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국내 금융권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의 정확한 사용자수 조사를 위한 SLR(Software License Review)에 착수한 바 있다.
이 역시 당시 금융권의 큰 반발을 샀다. IBM측은 ‘글로벌 정책에 따라 SW 라이선스와 연계된 유지보수료율을 한국의 고객들에게도 예외없이 적용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걸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SW 유지보수료 인상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지난해 PI시스템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기존에 적용된 IBM 파일네트 시스템을 걷어내고 국산 BPM솔루션으로 대체했는데, 따지고 보면 IBM의 강경한 유지보수료 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글로벌 IT업체들은 서비스 중심 매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IT업체들의 이같은 서비스매출 전략이 차세대시스템 이슈가 끝난 국내 금융 IT 시장의 구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x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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