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주요 낸드플래시 업체들이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량을 확대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도시바, 마이크론,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생산 여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양산에 돌입한다. 도시바는 8월부터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에 위치한 팹5의 2단계(phase) 건설 공사를 실시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공장은 내년 여름께 완공될 예정이다.
엘피다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마이크론은 싱가포르의 D램 공장을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달부터 청주 M12 공장의 혼용 생산(D램+낸드플래시)을 멈추고 낸드플래시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이 낸드플래시 생산 여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나 ‘공격적 증설’ 보단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한 ‘대응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치킨게임을 다시 시작한다’라는 잘못된 신호가 시장에 전달될까봐 증설을 하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팹5 2단계 공사 단행 발표를 한 도시바 측은 “공장이 완공되더라도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비 투자와 생산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여름 낸드플래시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지자 ‘30% 감산’ 카드를 꺼내들며 업계의 낸드 공급량 축소를 견인했다. 이런 도시바가 공급량을 무자비하게 늘릴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단기적 공급 과잉에 관한 우려도 일부 있긴 하다. 모니카 갈그 퍼시픽 크레스트 시큐리티즈 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향후 6~12개월 동안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약 10만장(300mm 웨이퍼 월 투입기준) 늘어날 것”이라며 “수요와 공급 관점에선 ‘균형’을 유지하겠지만 단기적인 공급 과잉도 우려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새로 지어지는 삼성 공장에서 2~3만장, 도시바가 추진하는 생산 효율화 작업으로 2만여장, 마이크론의 싱가포르 공장 전환에 따른 6만장 등 향후 1년 내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약 10만장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가 지난 2분기 내놓은 전망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낸드플래시 공급량은 573억5800만개(1GB 기준)로 수요(568억4200만개)를 소폭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이 정도 차이는 수급 균형이라 봐야한다”라면서도 “주요 업체들이 생산량 확대 계획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짓긴 힘들다”라고 신중하게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