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전략③] KT, ‘반간계(反間計)’…낙찰가 최소화 ‘초점’
- SKT·LGU+ 분열 통해 입찰가 최소화…밴드플랜·단독패자 연속 3회 금지 활용 관건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KT의 1차 목표는 밴드플랜2의 승리 및 1.8GHz 15MHz(D2블록) 확보다. D2블록을 확보하면 KT는 연내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상용화가 가능하다.
광대역 LTE는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처럼 LTE 속도 2배 서비스다. 기존 단말기 이용자도 쓸 수 있어 마케팅 측면에서 LTE-A보다 유리하다. KT는 SK텔레콤처럼 1.8GHz 35MHz(C1·C2블록)으로 이동해 광대역 LTE를 하기는 어렵다. 1.8GHz가 LTE 메인 주파수여서 기존 주파수 반납 과정에서 서비스 차질이 아니라 불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KT는 이번 경매 확정 전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담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D2블록 할당 자체를 반대했다. 양사가 힘을 모아 밴드플랜1의 가격을 올리면 혼자 밴드플랜2의 가격을 올려야해 비용 부담이 큰 탓이다. KT의 주장처럼 양사가 실제 경매에서 담합할 가능성은 낮다. 일단 밴드플랜1에 집중은 하겠지만 최종 전략은 다를 수 있다. 더구나 KT가 이들의 최종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KT가 주파수 확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회도 여기에 있다. 양사의 유대만 깨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D2를 가질 수 있다.
KT 자체적으로 낙찰가를 낮추는 방법은 연속 2회까지 패해도 되는 규칙과 최대 2회 라운드를 쉴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다. 1개 밴드플랜에서 모든 낙찰자가 가려지거나 3회 연속 단독 패자가 나오지 않으면 경매를 다음 라운드로 넘어간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에 KT가 밴드플랜2에만 응찰을 하는 경우 KT가 입찰액을 올려야 하는 라운드는 25라운드다. 지난 2011년 경매에 비춰보면 각사의 라운드별 최저 증액은 전 라운드 대비 1%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최저가 대비 1%를 동일하게 높이면 KT는 3%를 올려야 한다. 경매 출발가는 1조9202억원. KT가 3%씩 25라운드를 올리면 KT는 오름입찰에서만 1조6519억원까지 돈을 쓰게 된다. D2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 이 금액이 최종 낙찰가다.
그러나 KT가 1라운드에 이기면 24라운드만, 2회 쉬게 되면 22라운드만, 2회 연속 패배를 활용하면 10라운드 정도만 3% 입찰가 인상을 해도 된다. 지난 경매에서 SK텔레콤이 1.8GHz 20MHz 확보를 위해 쓴 돈은 9950억원이다. 광대역 주파수를 1조원 정도에 구매하는 것은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니다. 투자비 상쇄를 감안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KT가 매 라운드 3% 증액을 하도록 만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유대가 50라운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변수는 C2블록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입찰액 견제 그리고 KT의 밴드플랜1 입찰이다. 모든 변수의 작동원리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자신이 금액을 써야 하는 라운드를 밴드플랜2에 소비하도록 만드는 전술이다.
SK텔레콤이 C2를 노리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 LG유플러스는 최소 1라운드는 C2에 응찰해야 한다. C2는 밴드플랜2. 그만큼 KT의 입찰액은 낮아진다. SK텔레콤까지 C2에 가세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C2 대결이 빚어진다. KT가 금액을 올릴 이유가 없다.
KT가 3%를 올리고 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1%씩 올려도 한 쪽에서 2%를 올려도 이긴다. ‘죄수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한 번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상대방에게 밴드플랜1을 맡기고 나는 밴드플랜2에 한 라운드를 사용하는 극단적 선택도 있을 수 있다.
KT는 밴드플랜1에서 2.6GHz만 응찰할 수 있다. 2.6GHz A블록과 B블록 중 A블록은 무선랜(WiFi, 와이파이) 간섭 우려가 있다. B블록이 우선시 될 확률이 높다. 밴드플랜1 2.6GHz B1블록에는 SK텔레콤이 있다. 여기에 KT가 한 번 응찰하는 것이다.
이러면 밴드플랜1에 3개 사업자가 모였지만 블록 승자가 가려지지 않아 경매는 지속이다. SK텔레콤이 A1블록으로 넘어가면 경매가 끝난다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모험을 걸어볼만한 전략이다. SK텔레콤만 다시 B1에 입찰하면 SK텔레콤만 비용이 늘어난다. 앞서 언급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입찰액 차이가 분명해지는 것이다. KT를 막아야 하는 것은 SK텔레콤보다 LG유플러스가 급하다.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에 입찰 증액을 전가하기 위해 밴드플랜2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밴드플랜1과 밴드플랜2의 주파수 자체는 같기 때문에 SK텔레콤은 B2블록에도 보험을 들어둘 필요가 있다. SK텔레콤이 보험을 들면 LG유플러스도 불안해진다. C2가 맴돈다.
다만 SK텔레콤이 D2에 무제한 밀봉입찰을 할 기회를 사용한다면 KT의 최종낙찰액이 1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KT 역시 ‘아쉬울 것 없는 SK텔레콤이 정말 자사의 주파수 획득을 막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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