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도입의 기대효과로 첫손에 꼽히는 요소는 비용절감이다. 오픈플로우를 주도하는 오픈네트워킹파운데이션(ONF)를 비롯해 SDN 관련업체·전문가들은 그동안 SDN의 가장 큰 이점으로 운영비용(OPEX)과 구축비용(CAPEX) 절감을 꼽았다.
특히 구글의 사례를 들어, 이기종의 복잡한 네트워크 관리를 단순화·자동화함으로써 나타나는 OPEX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열린 한국통신학회 ‘SDN 기술 및 서비스 워크숍’ 패널세션에서 통신사 전문가들은 비용절감이 SDN 도입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용절감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과 수익창출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역량 확보와 안정성 검증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이성춘 KT 종합기술원 서비스연구소장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운용비용 절감만으로는 SDN을 도입할 수 없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단언하며, “SDN이 아직은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OPEX 효율화는 SDN을 도입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 부가효과”라며, “신속한 프로비저닝이나 박스장비 측면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겠지만, 국내 통신사의 비즈니스가 주로 국내 시장에서 이뤄지는 면도 있고, 현재의 운영방식을 개선해 운영효율화를 달성할 방법도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로 고객 선순환을 창출하는 관점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진성 SKT ICT기술원 원장도 “OPEX 절감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며, 그 이유로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도입할 때 유사 기대감이 있었지만 미흡했다”는 점을 들었다.
최 원장은 “OPEX 이점 하나만으로 SDN 도입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스바운드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기회의 요소가 충분히 있다고 보기 때문에 다각도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두 전문가는 SDN 도입에 앞서 고려할 사항으로는 자체 역량 확보, 망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각각 꼽았다.
이 소장은 “SDN을 기회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위협이 되지는 않을지, 기회 요소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크다”며, “SDN으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역량이 필요하다. SDN 구현 장비를 사더라도 핵심 기술은 자체적으로 인소싱이 가능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망관리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개인용 단말, 홈 단말을 효율적으로 관리·제어하는 수단이나 품질 차별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보고 있다”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최 원장은 “상용화 시기에 상용장비의 신뢰성, 가용성이 고려돼야 한다”며, “안정성은 망을 사용하는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직은 SDN 생태계가 성숙해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사우스바운드 분야는 잘 진행되고 있는 반면에 노스바운드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며, “이통사 입장에서는 연속성있고(Seamless) 순조롭게(Smooth) 미래 인프라로 진화할 수 있는 마이그레이션 전략 수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SDN은 네트워크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달성하기 위한 구현 패러다임이 맞다. NFV(네트워크기능가상화) 워킹그룹이 만들어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벤더뿐 아니라 사업자도 이를 수용할 준비가 잘 돼있다”며 SDN 활용 자체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클라우드, 빅데이터, SDN이 추구하는 가치는 소비자화·개인화를 지원하는데 있다. 앞으로 지능화, 개인화 서비스를 많이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