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정부와 게임업체가 스타트업(초기벤처)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축이 된 ‘모바일게임 글로벌 퍼블리싱 지원 사업’은 이미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넥슨, 게임빌 등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우선 정부 지원 사업을 보면 스타트업 친화적 정책이 눈에 띈다. 퍼블리셔와 중소 개발사 간 수익분배율이 8대2다. 게임 출시 과정에서 개발사가 퍼블리셔의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 게임이 대박나면 그 수익마저도 대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 스타트업들이 이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다.
넥슨은 최근 설립한 네오스튜디오에서 외부 경력직을 모집한다. 이 회사는 발생한 게임 매출의 15~20%를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게임빌은 한술 더 떠 아무 조건 없이 스타트업에 사무공간과 기자재 지원하고 노하우까지 전수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게임업체가 주축이 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목적이 분명하다.
우수한 개발력을 갖춘 개인이나 팀을 선발한 뒤 유·무형의 다양한 지원을 통해 이들을 우군으로 포섭하겠다는 것이다. 개인 또는 회사 간 탄탄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다면 인력의 흡수 또는 차기작의 퍼블리싱 권한까지도 노릴 수 있다.
스타트업이 홀로 서기엔 상당히 힘이 부치는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대형사 입장에서도 한치 앞이 불투명한 시장이다. 특히 최근 대세가 된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 입점하지 못하면 영업망을 갖추지 못한 중소 업체는 성공 확률이 0%에 수렴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업체들의 마련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은 가뭄에 단비라고 볼 수 있다. 대형사가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마련한 지원 프로그램이라도 모바일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분명 적지 않은 긍정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업계 취재 도중에 모바일게임 베끼기 관행에 둔감해진 시장 분위기나 대박 게임 하나만 내면 된다는 한탕주의를 접할 때가 있다.
이런 마인드로는 게임이 성공을 한다 해도 시장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정부와 업체가 기껏 투자해 성공 사례를 함께 만들어냈더니 먹튀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그것만큼 시장 분위기를 김빠지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애니팡’의 선데이토즈나 ‘아이러브커피’의 파티게임즈(옛 파티스튜디오)의 성공은 정부 지원이 토대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두 업체 모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혜택을 입은 바 있는데 이들 업체는 번 돈을 업계에 재투자하고 있다. 특히 파티게임즈는 퍼블리싱 사업에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성공한 스타트업의 모범 사례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나 선발주자인 대형사가 스타트업을 이끌고 이를 통해 성공한 스타트업이 후발업체를 이끄는 그야말로 물고 물리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앞으로도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