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유통 플랫폼, 전쟁의 서막 올랐다
지난 해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000만 관객을 넘어 역대 흥행 영화 순위 3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광해의 흥행을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도 있습니다. 제작사인 CJ E&M이 계열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 통해 쥐어짜듯 이룬 성과라는 것입니다. 물론 스토리도 흥미진진하고, 평단의 평가도 나쁘지 않은 영화 였지만, CGV라는 유통의 힘이 아니었다면 1000만 관객 돌파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처럼 영화 산업은 유통의 힘에 좌지우지 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어도 CGV 같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흥행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영화시장의 헤게모니가 제작자가 배우, 감독이 아닌 극장에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영화 산업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터넷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 산업의 헤게모니도 ‘유통업체’가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포털’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입니다. 포털에 접속해 각종 뉴스를 읽고, 블로그 및 카페 글을 검색합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극장에 걸리지 않으면 볼 수 없듯이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포털에 게시되거나 검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포털 업계 1위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 산업 전반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지위가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그 어떤 업체들도 네이버와 제대로 견주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업체 야후도, 원조 포털 다음도, 대기업 네이트도 네이버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이는 네트워크 경제 효과 때문입니다. 새로 요리 블로그를 개설할 때 네이버에 하는 것이 제일 유리하고, 카페를 만들 때도 네이버에 만드는 것이 회원 모집이나 검색에 노출될 때 효과적입니다. 언론도 네이버에 뉴스를 공급해야 더 많은 사람이 보게 됩니다. 결국 네이버에 콘텐츠를 유통시키고자 하는 요구가 넘쳐났고, 네이이버의 영향력은 커져왔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런 네이버의 거침없는 질주에 제동을 걸 업체는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네이버가 가진 헤게모니는 ‘유선 웹’ 시장에서 통하는 것입니다. 모바일에서는 처음부터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폼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먼저 칼을 빼들었습니다.
카카오는 9일 카카오페이지를 본격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영상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모바일 상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입니다. 카카오페이지 앱내에 마련된 스토어에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고, 회사 측은 출시와 동시에 8000개의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카카오페이지가 주목을 받는 것은 국내 최대 모바일 네트워크인 카카오톡과 연동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구입한 콘텐츠는 카카오톡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카카오페이에까지 이식하려는 회사 측의 전략입니다.
유선 기반의 플랫폼 ‘네이버’와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카카오’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합니다.
이는 유선 웹과 모바일의 헤게모니 싸움이 본격화 되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과연 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흥미진진합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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