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 이종욱 부회장 퇴출배경은…풋백옵션.관계사.OS
지난 2010년 수렁에 빠진 티맥스소프트에 부임해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정상화 시킨 이종욱 전 부회장이 갑자기 해임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티맥스소프트 박대연 회장의 동생인 박용연 사장은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이사회 전원 일치로 이 부회장 해임안을 가결시켰습니다. 박용연 사장은 겉으로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이 부회장과 함께 티맥스의 공동 대표이사입니다.
당시 회사 측은 “이종욱 부회장은 경영 전반에 걸쳐 입장 차이가 커 회사 대표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 해임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경영 전반에 걸친 입장차이란 무엇이었을가요?
이 부회장은 해임안이 가결된 직후 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아래와 같이 밝혔습니다.
“회사 경영에 대한 특정현안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하여 대주주와의 갈등이 있었고, 당시 저는 회사자금 운영의 적정성과 자금집행 절차의 적법성을 관철하기 위한 대표이사로서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원칙경영과 각 직급에 맞는 간섭 없는 권한 이양, 충분한 검토와 분석을 통한 신규사업 추진, 특수 관계사간 공정/적법한 상거래 등 당사 티맥스소프트의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기 위하여 정도경영에 의한 사업이 추진되고 다양화 되어야만 티맥스의 미래가 있다고 확신 합니다.”
이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추론해 보면 이종욱 대표가 박대연 회장을 비롯한 일가친척들과 어떤 갈등을 겪었는지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회사 자금 집행과 관련된 것입니다. 일각의 소문에 의하면 우리사주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고 합니다. 박 회장은 경영위기에 빠진 3년 전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주식을 주당 1만원에 팔았습니다. 당시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보다 3~4배 비싼 가격입니다. 우리사주는 원래 직원들에게 주는 혜택이지만, 당시에는 자금확보 차원에서 직원들이 십시일반 회사를 돕는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주식을 사지 않으면 애사심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반강제로 주식을 사야했던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박 회장이 직원들에게 주식을 팔면서 일정기간이 지난 후 1.5배로 되사겠다는 일종의 풋백옵션을 걸었다는 점입니다. 박 회장이 개인 명의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개인의 책임이 돼 버렸습니다. 이후 퇴사한 일부 직원들이 박 회장에게 소송을 제기했고, 박 회장에게는 큰 부담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회사가 이 문제를 처리해주길 기대했고, 이종욱 부회장이 대주주 개인의 문제를 회사가 책임질 수 없다며 거절한 것이 갈등을 골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관계사입니다. 티맥스는 여러 관계사가 있습니다. 티맥스는 이런 관계사들과의 관계가 어정쩡합니다. 지분관계가 없음에도 마치 한 회사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티베로입니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를 개발하는 티베로는 티맥스 계열사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지분관계가 없습니다. 대주주가 같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입니다. 워크아웃 기간을 거치면서 많이 개선됐지만 한 때는 전혀 지분관계 없는 두 회사가 한 회사처럼 운영돼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티맥스소프트의 리소스를 티베로가 비용없이 사용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입니다. 티맥스소프트 주주입장에서는 일종의 경영진의 배임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삼성에 매각된 티맥스코어(S코어)도 티맥스소프트의 관계사였습니다. 티맥스코어는 티맥스소프트의 많은 리소스를 활용해 윈도 개발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고 삼성에 매각됐습니다. 하지만 이 매각자금은 티맥스의 젖줄이 되지 못했습니다. 티맥스코어가 티맥스소프트의 자회사가 아니라 박 회장의 개인회사나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최근 다시 관계사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박 회장 동생의 배우자 이름으로 새로운 관계사가 등장했습니다. 이 역시 티맥스소프트와 지분관계 없는 대주주 일가의 개인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티맥스의 제품을 유지보수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마치 재벌 일가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챙기고, 편법 상속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다른 주주들은 손해 입게 됩니다.
세 번째는 신규 사업에 대한 관점 차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운영체제(OS)입니다. 박 회장은 여전히 OS 개발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운영체제 개발은 안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것이 박 회장의 심기를 건드혔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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