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8일(현지시각)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전시회 ‘2013 인터내셔널 CES’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혁신 제품과 기술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AP는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AP의 성능과 기능이 스마트 기기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CES에서 새롭게 AP를 공개한 업체는 삼성전자, 퀄컴, 엔비디아로 저마다 개성 넘치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현재 AP 시장은 삼성전자, 퀄컴 양강구도를 띄고 있다. 미디어텍과 브로드컴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마벨, 엔비디아는 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ST에릭슨, 프리스케일 등이 스마트 기기보다 임베디드(내장형 제어) AP 사업에 집중하면서 관련 시장에서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가장 진보한 AP ‘엑시노스 5 옥타’=가장 많은 화제를 낳은 AP는 삼성전자 ‘엑시노스 5 옥타’를 꼽을 수 있다. 스마트 기기 AP 아키텍처는 영국계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인 ARM이 9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어떤 ARM 아키텍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엑시노스 5 옥타는 가장 최신의 ‘빅.리틀(big.LITTLE)’ 아키텍처를 적용했다. 코어텍스 A15 쿼드코어, 코어텍스 A7 쿼드코어로 코어만 8개로 구성되어 있다.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는 3D 게임이나 그래픽 작업에서는 코어텍스 A15 쿼드코어가 작동되고, 웹서핑, 동영상 감상 등 상대적으로 전력소비량이 낮은 작업은 코어텍스 A7 쿼드코어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이종결합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서로 다른 코어를 장착한 이유는 전력소비량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빅.리틀 아키텍처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첫 번째 ‘클러스터 마이그레이션’, 두 번째 ‘중앙처리장치(CPU) 마이그레이션’, 세 번째 ‘멀티 프로세싱’이다.
각각의 방식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으며 엑시노스 5 옥타는 멀티 프로세싱 아키텍처를 썼다.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대신 운영체제(OS)에서 각 코어마다 최적화 작업이 필요하다. 상당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은 ARM ‘말리 T604’, ‘말리 T628’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28나노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미세공정으로 만들어지며 기존 45나노 미세공정과 비교해 평균 26%의 전력소비량 절약이 가능하다.
엑시노스 5 옥타의 가장 큰 의미는 최신 아키텍처를 적용한 AP이면서 실제 양산 단계까지 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르면 하반기, 이르면 내년 초에는 관련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얘기다.
◆3G, LTE에 와이파이까지 통합 ‘스냅드래곤’=전 세계 AP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퀄컴도 신형 AP를 선보였다. 기존 ‘스냅드래곤’ S1~S4 라인업을 200~800으로 재분류했으며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아키텍처를 개선하고 통합칩 기능을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우선 대표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스냅드래곤 800은 퀄컴 특유의 IP 재설계 아키텍처인 ‘크레이트’와 메모리, 클록 성능을 극대화했다. 메모리 성능만 가지고 따졌을 때 ‘엑시노스 5250’과 엇비슷하며 GPU는 ‘아드레노 330’이 적용됐다.
퀄컴은 기존 스냅드래곤 S4 프로보다 최대 75% 성능이 높아졌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클록, 메모리, GPU가 조금씩 성능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위탁생산)는 TSMC를 이용하며 28나노 HKMG 미세공정이 적용됐다.
스냅드래곤 800의 가장 큰 특징은 802.11ac 와이파이 내장이다. 3세대(3G), 롱텀에볼루션(LTE)뿐 아니라 와이파이까지 하나로 통합하면서 그만큼 내장기판(PCB)에 여유가 생겼다. 다만 와이파이는 단독 칩을 쓰이기보다 블루투스나 FM라디오 등이 함께 들어있는 통합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제품 디자인에 얼마나 큰 장점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GPU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지원하는 해상도가 울트라HD(UHD)까지 높아진 것도 주목할만하다. 올해 CES의 주요 화두가 UHD TV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연결해 UHD 콘텐츠 재생도 고려해볼만한다. 현실적으로 UHD 콘텐츠는 방송으로 전송이 불가능하고 인터넷도 버겁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냅드래곤 800을 장착한 스마트 기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멀티미디어에 초점 맞춘 ‘테그라4’=사실상 삼성전자, 퀄컴이 이끌고 있는 AP 시장에서 그나마 꾸준하게 시장의 주목을 받는 업체가 엔비디아다. 사실 ‘테그라2’ 시절만 하더라도 LG전자 ‘옵티머스 2X’, 모토로라 ‘아트릭스’ 등에 적용되며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테그라2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AP가 쏟아져 나왔고 엔비디아의 제품 라인업이 다양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CES에서 엔비디아는 ‘테그라4’를 들고 나왔다. 기존 테그라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GPU 성능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3D 그래픽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인 ‘버텍스’ 24개 ‘픽셀 셰이더’ 48개로 구성되어 있다. 테그라3와 보다 픽셀 셰이더 수가 6배 많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성능 향상이 기대된다.
다만 GPU를 잘 만들면서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신 아키텍처 ‘케플러’를 적용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단 CPU 아키텍처는 ARM 코어텍스 A15 쿼드코어다. IP 재설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TSMC 28나노 HKMG 미세공정과 GPU 셰이더 수가 늘어났다는 점, 쿼드코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극적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IP 재설계를 일부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코어텍스 A15는 코어 크기가 기존 코어텍스 A9보다 크다. 현재 코어텍스 A15 기반 AP 가운데 실제로 상용화된 ‘엑시노스 5250’과 애플 ‘A6’는 모두 듀얼코어다.
또한 ‘원샷 HDR’를 통해 HDR(High Dynamic Range) 사진을 빠른 속도로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HDR는 이미지의 가장 밝은 영역과 어두운 영역 사이를 가장 크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술을 말한다.
테그라4는 HDR 사진을 촬영할 때 별도의 이미지 처리 엔진을 마련했다. 기존 HDR 사진이 만들어지는데 2초가 걸릴 때 엔비디아 원샷 HDR는 0.2초면 충분하다. 이 외에도 스냅드래곤 800과 마찬가지로 UHD 해상도를 지원한다. 따라서 UHD TV와 연결했을 때 상당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