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 ST마이크로)가 ST에릭슨을 통한 AP 사업에서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현재 AP 시장은 퀄컴(38.8%), 삼성전자(25.9%)이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임베디드(내장형 제어)에 주력하기로 했고 엔비디아나 브로드컴, 미디어텍, 마벨 등은 한 자릿수 시장점유율에 머무르고 있다.
AP 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미세공정, 반도체 설계자산(IP), 파운드리(위탁생산), 수요기업과의 유기적 협력 체계를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퀄컴은 IP 재설계 능력을 갖췄고 AP와 베이스밴드(통신칩)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스템온칩(SoC)을 만들 수 있다. 또한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 IP도 가지고 있으며 자체 공장은 없지만 TSMC를 통한 파운드리 협력도 잘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IP 재설계 능력이 없고 핵심 아키텍처와 GPU IP를 ARM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미세공정 기술력과 자체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AP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역량을 갖췄다.
ST마이크로가 손을 뗀 ST에릭슨의 경우 삼성전자와 노키아 등에 AP를 공급했지만 물량이 크지 않고 미세공정은 물론 파운드리와의 협력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시장에서 잘 먹힐만한 고성능 AP를 설계해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이를 수요기업에게 제때 전달해야 하는데 이게 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TI도 마찬가지다. 일단 이 회사의 AP 성능은 나쁘지 않았다. 삼성전자 ‘갤럭시S2’ 해외향을 비롯해 LG전자 ‘옵티머스 3D’, ‘프라다폰’, 아마존 ‘킨들 파이어’에도 장착된바 있다. 다만 다른 경쟁사보다 신제품 출시가 늦었고 GPU IP가 없어 외부에서 라이선스하다보니 칩을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었다.
다시 돌아와서 AP 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각 업체들은 나름대로의 생존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브로드컴은 단순 AP가 아니라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을 합친 시스템온칩(SoC)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엔비디아와 프리스케일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미디어텍의 행보에 눈길이 간다. 이 회사는 퀄컴과 마찬가지로 AP와 통신칩을 하나로 더한 원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성능은 다소 뒤처지지만 가격경쟁력을 갖췄고 화웨이, ZTE 등 수요기업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설정해놓고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은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AP 시장은 당분간 퀄컴, 삼성전자의 양강구도가 이어지겠지만 내년 하반기 혹은 2014년 이후에는 삼자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후 AP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SoC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지금은 스마트 기기에서 경쟁이 펼쳐지고 있지만 다음은 TV, 자동차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이 산업은 부가가치는 물론 경기 변동성이 낮다. 자동차, 스마트 기기, 전력, 의료 등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SoC 경쟁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