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경영권 승계 포석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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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는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 삼성전자 완제품(DMC) 부문장 공석 유지, 홍보 라인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최근 1년 사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 인사를 지속 단행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사장단 인사도 그러한 관점에서 진행됐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 승진은 현 시점에선 다소 ‘파격’이라는 견해도 일부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센데다 재벌에 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승진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삼성전자는 물론 계열사 사업을 상당 부분을 챙기고 있던 터라 타이틀은 크게 중요치 않다는 해석도 나왔었다.
이번 승진 인사를 보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부회장을 건너뛰고 회장이 될 수는 없다. 이건희 회장 사례를 보면,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빠른 것도 아니다. 이 회장은 36세에 삼성물산 부회장, 37세에 삼성그룹 부회장에 올라 45세에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했었다. 이재용 사장의 올해 나이 45세다. 물론 70년대 삼성과 지금의 삼성은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있긴 하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승진 이유에 대해 경쟁사(애플 등)와의 경쟁과 협력관계를 조정하고 COO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COO의 역할 자체가 숫자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어서 그의 정확한 경영 공과(功過)를 측정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긴 하다. 이런 견해가 있다고 해서 그가 위험 부담을 가지고 특정 사업을 맡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 완제품(DMC) 부문장을 공석으로 유지하는 점도 눈여겨 볼 사안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는 권오현 부품(DS)총괄 부회장이 맡고 있는데 사실상 DMC 부문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DMC 부문에는 소비자가전(CE)을 담당하는 윤부근 사장, IT‧모바일(IM)을 담당하는 신종균 사장,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윤주화 사장이 있다. 윤주화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주화 사장 자리에는 미래전략실 이상훈 전략1팀장 사장이 내정됐고, 이상훈 사장 자리에는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한 김종중 사장이 내정됐다.
DMC 부문장이 공석이 된 이유는 지난 6월 최지성 부회장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의 미래전략실장 부임은 삼성전자 사장단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안이다. 삼성의 한 사장은 사석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최 부회장 시대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률은 최고 수준”이라며 “앞으로 4~5년은 더 삼성전자를 이끌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장직을 맡으면서도 사실상 DMC부문장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부임한 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직접 보고를 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보고 자리에는 최 부회장이 항상 배석을 한다. 최 부회장은 심지어 일부 전략 제품, 전략 지역의 출하량 보고까지 직접 받고 필요한 사안을 지시한다.
말하자면 최 부회장은 일이 두 배로 늘어난 셈인데, 재계에선 최 부회장의 미래전략실장 부임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사장의 후견인을 만들어준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었다. 이른바 ‘이재용 친정 체제’를 구상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라는 것.
이재용 친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 부회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한 일은 삼성전자의 혁신 프로세스와 IT시스템을 계열사로 이식하는 일류화 프로젝트 진행이다. 일류화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그룹 중앙에선 시시각각 변하는 계열사의 경영 지표를 한눈에 훤히 볼 수 있게 된다. 2014년 이 프로젝트가 완료된다고 하는데 이후 경영 승계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권오현 부회장 이후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을 전문경영인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보라인 강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날 인사에서 삼성은 이인용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에서 홍보맨이 사장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사장 직급으로 홍보 업무를 계속 보게 된 것은 최초다. 삼성 최초의 홍보맨 출신 사장이었던 이순동 한국광고협회장은 사장을 달면서 보좌역으로 이동했었다. 이번 인사로 삼성 홍보 라인의 입지는 보다 강화됐고, 효과적으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스마트폰의 성공에 따라 무선사업부 부사장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홍원표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 미디어솔루션센터장을 맡게 됐다.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부장 사장을 대신해 김기남 종합기술원장 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및 OLED 사업부장을 맡은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김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기술자로 삼성 펠로우, IEEE 펠로우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현재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OLED TV,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기술 난제를 풀기 위해 김 사장을 투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LCD 사업 대비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작은 OLED 사업부장을 대표이사로 앉힌 것은 LCD 사업의 위상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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