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가 있어도 인사시스템이 따로 필요한 이유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현재 당신네 회사의 전 직원은 몇 명입니까?’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중에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물론 중소기업 CEO에게는 별로 어렵지 않은 질문일 수 있지만 직원수가 수천 명, 수만 명이 넘어서면 직원 숫자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인사급여시스템, 복리후생시스템, 성과평가시스템 등 각 인사관련 시스템마다 다른 수의 종업원 데이터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이 시스템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동돼 있지 않다면 말이다.
한국오라클에서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총괄하는 변종환 전무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 “사람이 아닌 회사의 조직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ERP(전사적자원관리) 중심의 인사시스템이 이 같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평했다.
일반적으로 ERP 시스템에는 인사급여관리라는 모듈이 포함돼 있다. 회사의 전체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관리하는 것이 목적인 ERP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인 ‘사람’을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ERP 시스템은 인사에 대한 관점을 재무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종업원의 역량과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거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적절한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등의 활동은 기존 ERP 내의 인사급여 모듈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
변 전무는 “ERP 인사급여 모듈에는 인사담당자가 원하는 인적자본에 대한 관리 기능이 들어 있지 않다”면서 “재무적 통합이 주요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ERP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에 별도의 인사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 ERP로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CJ 및 효성 그룹의 경우 그룹사 차원의 인사관리시스템 구축이 진행 중이며, 현대중공업도 내년부터 인사시스템 구축에 돌입한다.
글로벌 IT업체들이 인사관리시스템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SAP는 클라우드 기반 인사관리 서비스 업체 석세스펙터를 34억 달러에 인수했으며, IBM도 지난 8월 케넥사를 13억 달러에 인수했다.
오라클은 더욱 적극적이다. 오라클은 지난 2월 클라우드 기반의 인사관리서비스인 ‘탈레오’를 19억 달러에 인수했다. 오라클은 이미 지난 2004년 세계 최대 인사관리솔루션 업체 피플소프트를 인수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퓨전 애플리케이션 비전의 일환으로 새로운 HCM 솔루션을 개발했다.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인사관리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 전무는 “각 기업들의 상황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인사 솔루션이 다르다”면서 “다양한 고객의 니즈(요구)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인사관리시스템을 특화해 발전시키려는 기업에는 피플소프트를 제안하고, ERP와의 통합성을 중시하는 고객에는 E비즈니스스위트의 인사관리솔루션을 제안할 계획이다. 또 클라우드를 요구하는 기업에는 탈레오나 퓨전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겠다고 오라클 측은 밝혔다.
변 전무는 “기업에서 사람의 중요성, 인적자본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면서 “(재무가 아닌) 사람 중심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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