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카’ 시대, 차세대 네트워크 경쟁 뜨겁다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200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등장했다. 기조 연설자로 제너럴모터스(GM) 릭 왜고너 회장이 나선 것. 유명 IT 기업 회장이나 최고경영자(CEO)가 기조 연설자로 나온 경우는 많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GM이 처음이었다.
이후 CES에서는 자동차 업계 주요 임원진의 기조 연설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전시장에서도 자동차와 IT 기술이 융합된 제품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스마트 카(Smart Car)’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실제로 요즘 시장에 선보이는 자동차에는 인포테인먼트나 텔레매틱스 기술이 접목된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상태를 살피는 것은 물론 원격으로 시동을 걸고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응급구조를 보내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스마트 카 시대를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네트워크다. TV, 스마트폰, 태블릿처럼 자동차를 하나의 디바이스로 인식하고 이를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기능을 갖추고 고도화된 네트워크 접근성을 가진 자동차를 ‘커넥티드 카’라고 부른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네트워크는 무엇보다 신뢰성과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한다. 이제까지 광케이블이 주로 쓰였다면 이제는 ‘이더넷’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더넷은 PC에 주로 쓰이는 근거리통신망(LAN)이며 폭넓은 호환성이 강점이다.
얼마 전 브로드컴과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커넥티트 카 개발에 협력한 것도 이더넷을 활용한 것이다. 서라운드뷰, 주차 보조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와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를 이더넷을 통해 통합하기 위한 전략적 제휴다.
브로드컴과 현대자동차는 ‘아브뉴 얼라이언스(AVnu Alliance)’와 ‘OPEN(One-Pair Ether-Net) 얼라이언스’의 회원사이면서 2011년부터 이더넷 기반 자동차 연결의 광범위한 채택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해왔다.
현재 자동차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이더넷 기술은 자동차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시스템 가운데 하나인 ‘모스트(MOST, Media Oriented Systems Transport)’다. 모스트는 전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에서 채용하고 있는 기술로 최근에는 이더넷의 단점을 개선시킨 모스트150 기술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동차는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와 함께 신뢰성과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후방카메라 화면은 기어를 후진으로 두면 곧바로 끊김 현상 없이 전송될 수 있어야 하며 ADAS도 마찬가지다. 이더넷은 기본적으로 먼 거리에서 불확실하고 자주 바뀌는 경로로 데이터(패킷)을 전송할 때 적당하지만 생각보다 대역폭의 낭비가 많다.
이와 달리 모스트150은 패킷이 아닌 스트림 전송 방식을 이용하며 전용 이더넷 채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낭비되는 대역폭이 적고 자동차에 허브나 추가로 하드웨어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모스트와 BMW, 브로드컴, 프리스케일, 현대자동차 등이 회원사로 있는 OPEN 얼라이언스의 ‘브로드R-리치’ 기술이 경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로드R-리치는 네트워크 복잡성과 케이블 비용을 절감하고 자동차의 안정성, 편안함, 인포테인먼트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브로드R-리치는 모스트와 달리 이더넷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역폭의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오디오나 비디오를 전송할 때 지연시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로드R-리치는 대역폭을 더 확장하는 형태로 발전할 계획이다.
지금 당장은 모스트가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이미 아우디가 신형 A3에 모스트150을 적용해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브로드R-리치는 아직 상용화된 자동차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안정성과 신뢰성을 중요하게 따져온 만큼 오랫동안 사용한 모스트가 브로드R-리치보다 유리한 상황”이라며 “다만 커넥티드 카 시대에 발맞춰 보다 저렴하고 간편하게 네트워크를 꾸미고자 하는 요구가 있으므로 이더넷 기반 자동차도 어느 정도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ABI리서치는 오는 2016년까지 커넥티드 카 시장이 2억100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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