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PC와 TV 판매량이 신통치 않다.
아이서플라이 등 주요 시장 조사 업체들은 올해 PC 시장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TV도 마찬가지.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TV(CRT+PDP+LCD) 출하량이 작년 대비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액정표시장치(LCD) TV의 경우 판매 감소는 아니지만, 역대 최소 성장세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PC와 TV 판매가 부진하면 부품을 대는 후방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PC가 판매가 줄어들자 D램 수요도 크게 축소됐다. D램 가격은 현재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관련 사업 부문은 실적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LCD TV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실적이 나아지고 있는 모양새지만 시장 상황이 좋아진 것이라기 보단 원가절감 및 가동률 조정 등 자구책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품 업계의 전문가들은 PC와 TV도 스마트폰처럼 가입자 기반으로 유통되면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제언을 내놓곤 한다. PC는 4~5년, TV는 7~8년 이후에나 교체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한 듯 하다. 가입 기반의 스마트폰은 교체 주기가 빠르면 2년, 늦어도 3년이다. 쉽게 구입하고 빨리 바꾸니 스마트폰 시장만 살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PC와 TV도 이런 시장으로 가길 부품 업체 관계자들은 원하고 있다. 공급자 논리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긴 하지만 산업 경제적인 측면에선 이러한 유통 체계의 변경은 실보다 득이 많을 것도 같다.
스마트TV가 등장하면서 TV 제조업체는 통신사와 망 사용 문제를 놓고 대립 중이다. 만약 TV 제조업체가 통신사와 협력해 자사 스마트TV 플랫폼 위에 IPTV 플랫폼을 올리고 가입자 기반으로 제품을 유통할 수 있다면 망 문제를 해결하면서 보조금 등으로 제품 교체 주기도 앞당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PC의 경우 통신사가 요금제(번호등록 필요 없이) 등을 손보면 충분히 스마트폰 같은 가입자 기반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부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 카메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며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시도가 많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갤럭시 카메라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으로 스마트폰처럼 가입자 기반으로 유통될 제품이다. 혁신 제품을 개발해 신 시장을 창출하는 것도 좋지만 유통 체계를 변경해 불황에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큰 성공이 아닐까. PC 및 TV 업체들의 아이디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