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IT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뉴스는 뭐니뭐니해도 인수합병 소식입니다. 글로벌 IT업체들은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거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시장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 전략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은 IT트렌드와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들이 이 변화에 맞춰 어떤 전략을 취하는지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회사는 IBM과 오라클, SAP 입니다.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IT 시장을 주도하는 이 회사들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시장이 들썩거리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이 이 세 회사의 인수합병이 경쟁하듯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회사가 A라는 회사를 인수하면, 다른 두 회사는 지체 없이 A의 경쟁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7년 3월 오라클이 33억달러를 들여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소프트웨어 업체 하이페리온을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SAP는 그해 10월 67억8천만달러에 비즈니스오브젝트 인수의향을 밝혔습니다. IBM도 뒤지지 않고 바로 한 달 후 50억달러에 코그너스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인수 러시와 함께 BI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의 빅데이터 열풍도 BI와 무관치 않습니다. 기존 BI가 정형 데이터를 주로 분석했다면, 빅데이터 분석은 이를 비정형∙스트리밍 데이터 등으로 확장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커머스 시장도 세 업계의 인수경쟁은 계속됐습니다. SAP는 지난 해와 올해 B2B 전자상거래 솔루션 업체 크로스게이트와 아리바를 인수했습니다. IBM은 스털링, 유니카를 인수했고, 오라클은 아트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가장 최근에는 인사관리솔루션 시장에서 인수 경쟁으로 불꽃이 튀었습니다. IBM은 며칠 전 13억달러에 인적자원관리 솔루현 업체 케넥사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오라클도 지난 2월 인적자원관리 솔루션 강화를 위해 ‘탈레오’를 19억달러에 인수키로 했고, SAP도 지난 해 12월 HR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석세스펙터를 34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같은 인수전 결과 세 회사는 모든 영역에서 전방위적인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과거의 경우 DB는 오라클, 미들웨어는 IBM, 애플리케이션은 SAP 등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DB 시장에 발을 담그지 않았던 SAP가 사이베이스를 인수하고, HANA를 개발하면서 DB 시장에 뛰어들어 오라클과 IBM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은 하지 않겠다던 IBM도 지난 2~3년간 애플리케이션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IBM이 아직 ERP(전사적자원관리)는 없지만 인적자원관리(HR) 업체, 특정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오라클은 전방위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DB뿐 아니라 미들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도 시장의 1~2위를 다투는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결국 세 회사는 거의 모든 IT영역에서 부딪히는 형국이 됐습니다. 여기에 주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까지 합쳐, 네 회사가 글로벌 IT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앞으로 10년 뒤엔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에 이 네 개의 업체만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을 내 놓기도 합니다. 다소 과장된 시각이라고 해도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산업의 이 4개의 회사 중심으로 수렴돼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