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KT(회장 이석채)가 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100% 자회사인 KT네트웍스(사장 김영환)의 역할을 강화한다. KT네트웍스에 맡겨온 일부 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 사업 발주부터 장비 공급, 설치까지 턴키방식의 일원화된 사업 단위 공급체계를 확대해,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그룹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KT는 지난 6월부터 인터넷, 전송, 교환 등 유선 위주의 통신장비 구매업무를 KT네트웍스를 통하는 간접구매 방식으로 바꿨다. 대부분 KT가 장비업체들과 직접 계약해온 품목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가 올해 추진할 1195억원 규모 42개 네트워크 구축 관련사업을 KT네트웍스가 맡기로 했다.
인터넷 분야의 프리미엄 망 증설 및 고도화, IPTV 접속망 구축, VPN 메트로 구축, KONET(코넷) 등 인터넷 분야와 인터넷백본·PTN(패킷전송네트워크), ROADM(대용량광전송장비)와 같은 전송 부문이 해당된다.
지역 VOD 신증설 등 미디어, 교환기 시설, 전용, 전력, 광케이블 등 선로, 국사 및 광전화 관련 전략부문까지, 장비뿐 아니라 공사도 73억원 규모가 포함돼 있다.
통신장비 업체들은 향후 이동통신 등을 포함한 전체 통신 인프라 구축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자회사를 키우기 위한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중소기업과의 상생기조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T는 KT네트웍스가 인프라 장비 등의 구매업무 일괄 대행하더라도 구매단가나 기술조건 등 기존 거래와 동일한 계약조건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KT가 KT네트웍스에 운영관리·유지보수 비용으로 수익의 3~4%를 지원해 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KT가 공급업체 지정권한도 갖는다.
KT측은 “네트워크 관련 모든 사업을 KT네트웍스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일부 사업만 해당된다”며, “기존에도 해왔던 우수 협력사(자회사)를 통한 턴키방식의 사업에서 주문·발주 업무 신속성과 효율성,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효과를 얻어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KT네트웍스 자체 발주도 가능해 협력사나 장비업체의 사업기회도 확대될 수 있고, 자회사도 우수 협력사로 발돋움할 수 있어 그룹 시너지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동안 대부분의 장비 구매를 협력업체들과 직접계약해온 것에서 간접계약 방식의 비중이 대폭 확대되는 것에 장비업계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매대행제도를 시행해온 다른 통신사 사례에서 이미 자회사가 현금 결제가 아닌 3~5개월 어음결제, 구매·납품 업무 절차 지연 등의 문제가 현실화됐다는 이유에서다.
KT네트웍스가 대행하게 되면 유통 프로세스를 한 단계 더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는데, KT가 운영관리 명목의 비용을 영구보전해줄 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장지영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KT의 구매방식 변경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이라며, “외국 업체들의 공세로 어려운 가운데 신기술 투자를 한창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현금이 아닌 수개월 어음결제가 이뤄지거나 장비가격을 깎게 되면 더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KT측은 “자회사를 통한 장비 구매 비중이 5~10%로 미미하기 때문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구매·계약 조건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므로 지급 방식도 바뀌지 않는다. 기존 그대로 현금결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