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한 제조사 불만이 쌓이고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유무형의 통제를 가하면서 제조사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모두 그렇다. 안드로이드 특허 문제와 결부, ‘플랜B’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와 에이수스(ASUS)가 만든 태블릿 ‘넥서스7’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넥서스7은 안드로이드 4.1버전(젤리빈) OS를 처음 탑재한 태블릿이다. 7인치 화면을 갖췄다. 8GB 199달러(23만원) 16GB 249달러(29만원)다. 엔비디아 ‘테그라3’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내장했다.
국내 제조사들은 에이수스가 판가보다 50달러(6만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구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50달러에서 구글이 마케팅과 유통비용을 뺀 나머지는 수익으로 삼는 구조다. 안드로이드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태블릿은 사실상 구글이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자체 태블릿 사업을 하는 업체는 넥서스7과 경쟁하기 위해서 비슷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아니면 구글에 에이수스보다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이 넥서스7보다 저사양으로 내놓은 7인치 태블릿도 이보다 가격이 높다.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PC TV를 잇는 N스크린 서비스 핵심 단말기다. 버리기도 쉽지 않다.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태블릿 가격을 이렇게 가져가면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업체가 원가 경쟁력이 없다”라며 “레퍼런스 태블릿을 만든 에이수스도 손해를 감수하고 납품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구글은 최근 차기 레퍼런스폰 제조업체를 5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레퍼런스폰은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 표준 기기다. 레퍼런스폰 제조사는 안드로이드폰 주도권을 잡았다. HTC 삼성전자가 그랬다. 구글의 이번 전략에 대해서도 불만이 쌓이고 있다. 장벽을 넓힌 것 같지만 오히려 높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레퍼런스폰을 5개 업체로 확대한 것은 사실상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모빌리티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해서로 보인다”라며 “모토로라를 끼워주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될 경우 레퍼런스폰 업체로 선정돼지 않으면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하다”라고 우려했다.
잦은 업그레이드도 부담이 되고 있다. 구글은 작년 10월 안드로이드 4.0버전(ICS, 아이스크림샌드위치) OS를 선보이며 새 OS는 1년에 1번만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6개월여만에 새 OS를 내놨다. ICS 단말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 3개월도 채 안됐는데 벌써 업그레이드 요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업그레이드는 신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어가는데 OS 업그레이드를 너무 자주한다”라며 “1년에 한 번 하겠다는 약속도 바로 어겼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게는 안드로이드의 대안은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조 사업에 대한 장기적 전략 수립이 발등의 불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공개했지만 한 단계 한 단계 지배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안드로이드는 자리를 잡았다. 돈이 될 만한 단말기 사업은 직접 한다. 레퍼런스폰과 OS 업그레이드를 통해서는 스마트폰 제조사를 제어한다. 제조사로서는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떨어뜨려야한다는 신호가 계속 오는 셈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LG전자와 팬택 등 국내 제조사는 안드로이드 올인이다. 삼성전자도 안드로이드 판매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