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HP, ‘아이테니엄칩’ 둘러싼 거침없는 폭로전…파장 어디까지?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인텔 ‘아이테니엄칩’을 둘러싸고 오라클과 HP이 이번엔 내부적으로 입수한 이메일과 메신저 내용 등을 공개하며 압박에 나섰다. 오는 31일 개최되는 미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앞서 두 회사의 법정소송은 지난해 3월, 오라클이 앞으로 출시될 인텔 아이테니엄 계열 프로세서부터 자사의 소프트웨어(SW)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현재 인텔 아이테니엄 프로세서는 HP의 유닉스 서버에서 거의 유일하게 채택해 사용 중이다. HP 유닉스 서버에서 오라클 SW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은 14만 여개로 추정된다.
오라클의 발표 직후, HP는 오라클이 양사 간 합의를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오라클도 맞소송을 제기했다. 오라클은 HP와 인텔이 차후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단종시킬 계획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면서 고객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텔-HP, 아이테니엄 개발 중단 계획 명백”=최근 오라클은 자사가 입수한 HP와 인텔 임원들 간 주고 받은 이메일과 미팅내용 등을 공개했다. 아예 별도의 사이트(www.oracle.com/itanium)까지 만들었다.
오라클이 이번에 공개한 12개 문서는 지난 2007년부터 작성된 것으로, 당시 HP의 BCS(유닉스 서버 담당부서) 수석 부사장이었던 마틴 핑크가 “인텔이 어젯밤에 폭탄을 떨어뜨렸다(Intel dropped a bomb on us last night)”라는 내용으로 스콧 스탈라드 HP 스토리지서버 담당 부사장에게 보내는 이메일부터 시작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Pat G(팻 겔싱어 당시 인텔 수석 부사장, 현재는 EMC 최고운영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가 차세대 아이테니엄 프로세서 ‘폴슨(Poulson)’ 개발 계획을 취소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이테니엄 개발을 중단할시 인텔은 200~300명의 엔지니어를 해고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또한 2007년 9월에 있었던 인텔과 HP 임원 간 미팅 노트도 눈에 띤다. 하스 마리우스 HP 전랙개발 부사장이 현재 오라클 사장인 당시 HP 마크 허드 CEO를 비롯해 토드 브래들리 부사장, 비요메시 부사장, 캐시 레즈작 CFO, 앤 리버모어 등에게 보내는 메일이다.
당시 인텔과 HP는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와 관련해 5대 5 임원 미팅을 가졌다, 양사의 CEO와 주요 임원이 모였다.
이에 따르면 HP와 인텔은 그동안 아이테니엄 비즈니스로 약 9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SGI와 불(Bull), 후지쯔 등 아이테니엄칩을 탑재해 서버를 생산했던 업체들이 빠져나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밖에도 HP가 인텔에게 아이테니엄칩의 지속적인 개발을 위해 향후 5년 간 4억 900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이메일도 있다.
◆“썬 하드웨어 점유율 높이기 위해 방해공작”=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HP 역시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HP 역시 8개의 문서를 공개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내용을 살펴보면,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이후,의도적으로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에 대한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고, 자사의 소프트웨어 지원 중단 발표도 이에 대한 맥락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특히 앤지 도슨과 케빈 블록이라는 오라클의 임원 간 주고받은 메시지를 살펴보면, 이들이 썬 매출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마크 허드에 대한 불만과 함께 “아무도 썬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썬 고객들조차....썬은 죽었다. 아무도 썬 제품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nobody talks about sun, even the sun customers. It’dead dead dead. Nobody wants to sell sun)”라는 대화도 있다.
이처럼 썬 인수 이후 오라클의 하드웨어 비즈니스가 레임덕에 빠져있고, 아이테니엄 프로세서를 시장에서 몰아내고 썬의 스팍 프로세서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2010년 7월, 마틴 핑크 HP 부사장이 데이브 도나텔리 HP ESSN 사업부 총괄 부사장에게 보내는 메일을 살펴보면, “인텔 커크 스카우젠 부사장과 K22(코드명 키슨, 2013~2014년 경 출시될 예정)에 대한 논의를 끝냈고, 마크(당시 HP CEO)와 폴(인텔 CEO)가 오는 8월 경에 이벤트를 통해 이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돼 있다.
오라클이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에 대한 지원 중단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해 2월, 래리 앨리슨이 ‘아이테니엄’이라는 제목으로 토마스 쿠리안이라는 직원한테 보낸 메일도 있다. 내용은 “더이상 아이테니엄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지원 정책에 대해서 업데이트가 됐느냐? 플래티넘부터 브론즈까지 새로운 지원 정책이 발표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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