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텔의 두 얼굴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기업용 하드웨어 시장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이 서버 플랫폼이다. 과거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서버로 다운사이징됐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유닉스에서 다시 x86 서버로의 전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인텔은 6일, 사람으로 치면 두뇌에 해당하는 CPU 하나에 10개 코어까지 지원하는 서버 프로세서인 E7(코드명 웨스트미어-EX)를 출시했다. 이날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인텔은 RISC 프로세서로 대표되는 유닉스 서버에 대한 거센 공격을 퍼부었다.
더 이상 비싼 값을 치루고 유닉스 서버를 쓸 필요없이 기업의 미션 크리티컬 업무에도 자사의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한 x86 서버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이미 기업의 핵심 업무로 간주되는 데이터베이스(DB)부터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ERP, 미들웨어, 가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x86 기반 서버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인텔 또한 이에 대한 지속적인 혁신 및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닉스 서버 진영의 대표 시장이었던 통신과 금융 분야에서 x86 서버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유닉스 서버는 향후 10년 이내 지속적으로 시장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미 유닉스용 프로세서(인텔 아이태니엄)에만 제공됐던 머신 체크 아키텍처(MCA, 오류를 미리 감지해 치명적인 시스템 장애를 방지하는 기능) 등 20개 이상의 고급 기능을 x86 서버 프로세서에 적용시키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인텔은 기존 유닉스 서버 제품와의 직접적인 비교를 통해 자사 제온 프로세서 기반 x86 서버의 우위를 뒷받침하는 결과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비교 자료에서는 인텔이 주로 HP에 공급하고 있는 유닉스용 프로세서인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에 대한 비교는 제외됐다.
오라클(썬)과 IBM의 중형급(미드레인지) 유닉스 서버에 대한 공격의 강도는 거셌지만, 유닉스 서버 진영에서 또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HP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인텔은 x86 서버 프로세서(제온)와 유닉스용 서버 프로세서(아이테니엄) 모두를 공급하는 최대 반도체 업체다.
특히 자체 개발한 유닉스 프로세서를 통해 제품을 출시하는 오라클과 IBM와는 달리 HP는 인텔과의 협업을 통해 지난 2000년 초반부터 인텔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탑재한 유닉스 서버를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 HP 유닉스 서버는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x86과 유닉스 서버 프로세서를 동시에 공급하는 인텔 입장에서는 두 시장 모두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x86 서버 시장이 최근 가상화나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이슈와 맞물려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역시 인텔에게 약 40억 달러(한화로 4조 3000억원)의 매출을 가져다주는 주요 수익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x86 서버 프로세서를 내세우면서도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역시 당분간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인텔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태니엄 9300계열(코드명 투퀼라) 프로세서 이후 차세대 로드맵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다. 투퀼라 프로세서의 후속 모델인 폴슨(Poulson) 프로세서와 향후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전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오는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인텔 개발자 포럼(IDF)에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인텔이 자사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바대로 지난해 전세계 x86 서버 시장은 17% 증가한 반면, 유닉스 서버는 18% 감소했다는 자료가 이미 대세는 x86 서버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아이태니엄 프로세서를 통해 자사의 IT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는 고객들에게는 피해가 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다소 불투명해 보이는 전략으로 인해 고객을 불안에 떨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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