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토의에 참석한 박진식 변호사(법무법인 넥스트로)는 “지난 2005년 NC소프트 리니지2 정보유출 사건 소송에서 아이디가 개인정보냐 아니냐가 쟁점이 됐었다”며 “아이디는 익명성을 갖고 있지만 행위자의 인격을 표상하므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받은 바 있다”라고 말하며 아이디도 개인정보에 포함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의 정의를 한번 살펴보죠. 법령에서 말하는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이란 부분에 주목해야합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는 그 자체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이름은 사회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개인정보이며, 주민등록번호는 중복되는 것이 없습니다.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되는 정보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라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디나 닉네임과 같은 정보도 개인정보라고 볼 수 있을까.
아이디(ID, Identification)는 영어 단어 뜻 그대로 인터넷서비스 사용자가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가명, 별명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디가 자신의 본명도 아닌데 이를 제3자가 유포시키거나 암묵의 피해를 주었을 때, 개인정보침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앞서 소개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의 경우는 ‘사용자의 인격이 반영됐다’라는 부분에서 개인정보로 인정을 받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좀 변했습니다.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한국정보보호학회장)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개인정보의 정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디 자체는 개인정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다른 정보들과 조합을 했을 경우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기술의 발전과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몇몇 검색엔진에서 사용자 아이디를 검색해보면 해당 아이디를 쓰는 사람의 인터넷 활동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파편화된 정보를 조합한다면 충분히 위협적인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
몇 년전 인터넷사이트 디시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네티즌 중 한명이 ‘코글’이란 사이트를 개발했습니다. 코글은 구글을 비롯한 다양한 검색엔진 API를 사용해 인터넷에 파편화돼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이트입니다.
이 시기부터 ‘아이디는 개인정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주요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보안을 위해 개인정보를 노출시킬 우려가 있는 것은 아이디로 쓸 수 없도록(생년월일, 이니셜 등) 권장했으며, 서비스에 사용되는 아이디 중 일부를 모자이크처리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에 나섰습니다.
즉 이같은 분위기는 ‘법제화되진 않았지만 아이디는 개인정보다’라는 사회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검색 등을 통해 파편화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조합할 수 있는 ‘키워드’는 개인정보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단편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범위는 분명히 정해져야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 염 교수는 “올바른 생태계를 위해서는 정부에서 개인정보의 레벨과 범위를 정해줘야할 것 같다”며 “개인정보의 레벨에 따라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