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중 시스템’은 존재할까… 금융회사 부실, 그리고 IT의 역할
최근 저축은행 4개사가 금융감독 당국에 의해 추가로 영업정지 조치됨으로써 또 다시 선량한 일부 고객들의 피해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더구나 부실화의 책임이 있는 저축은행의 최고경영자가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됐다는 뉴스에선 쓴웃음이 나옵니다. 금융회사는 기본적으로‘신뢰’를 밑천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실제로 건실하고 우량한 저축은행들까지 도매금으로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됩니다.
대주주의 사(私)금고화.
지난 수십년간 끊임없이 지적받아왔던 국내 금융권의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고객의 돈을 마치 자기돈인양 방만하게 운영합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여기에 끊임없이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규정'을 넘긴 '편법' 또는 '불법'의 금융 여, 수신 관행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의 부실, IT의 역할은 무엇인가 = 그렇다면 이 시점에선 금융회사에 있어 IT역할을 생각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IT가 이러한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기술적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는 없었을까.
실제로 금융회사에 있어 IT의 역할은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 대고객 서비스의 제고 못지않게 리스크관리시스템의 운영과 같이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부여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규정대로 IT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어는 정도 부실화를 제어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것은 IT에 대한 너무 과도한 기대입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산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조작이 가능합니다. IT는 어디까지나 쓰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전산 장치일 뿐입니다.
수년전 금융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국내 일부 저축은행에서 '이중 시스템'의 운영 가능성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중 장부’란 말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이중장부'란 세금 탈루 또는 비자금 등을 조성하기 위해 제대로 기재된 가짜 장부를 만들고 진짜 장부를 따로 두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중 시스템'이란 말은 어떤 의미로 들리나요?
정확한 뉘앙스는 아니지만 아마 생각하신것과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금융감독 당국이 요구하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시스템'외에 실제적인 데이터를 기록한 시스템이 두 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중 시스템'은 편법과 불법의 기록을 담은 또 하나의 전산기록을 의미합니다.
◆금융회사 이중 시스템...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아무리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라도 전당포가 아닌이상 만약 '이중 장부(시스템)'를 실제로 운영하게된다면 고도화된 IT지원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을 실제로 운영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전문적인 IT업체의 도움을 받아야한다는 소리죠.
아직까지 국내에서 단 한번도 이같은 '이중 시스템'의 존재 자체가 공식적으로 드러나 문제가 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2금융권의 일부 차세대 프로젝트를 포함해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가해본 적이 있는 IT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발주자측으로 부터 간혹 이러한 은밀한 요구(?)를 받은적이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는 사업 발주요건에도 없는 요구사안입니다.
특히 "최근 1~2년부터 IFRS(국제회계기준)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고, 연결제무재표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시스템적으로 이를 더욱 정교하게 분리하기 위한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 금융 IT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다시 언급하자면, 금융회사가 정확하게 관련 대출 규정을 준수할 경우에는 논리적으로 특혜성 '부실 대출'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비밀번호가 하나라도 틀리면 시스템에 접근이 안되는 것처럼, 대출 요건이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대출승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이뤄졌다면 고위층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당연히 이는 규정을 어긴 '불법대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전산시스템도 대주주의 입맛에 맞게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입니다.
저축은행의 경우, 예전부터 금융감독 당국이 엄격하게 관리했던 것중 하나가 '동일인 대출한도' 규정입니다. 위험을 분산하고 지역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특정 동일인에게 일정금액 이상의 대출을 할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고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8% 미만인 우량 저축은행들은 동일인 대출한도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저축은행들이 이 제도를 악용해 PF대출(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비중을 높였고 부동산 침체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퇴출 수순까지 밟게된 것입니다.
특히 과거 퇴출된 일부 저축은행들은 제3자 명의를 빌펴서 편법으로 '동일인 한도'를 훨씬 넘겨 PF대출을 한 사례도 수사결과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중 시스템'의 존재 개연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전산시스템에 이같은 '편법' 또는 '불법'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은 제 2의 시스템이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게 영화처럼 쉬운게 아니다. 불법과 편법을 교묘하게 위장할 정도의 내공은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 가능성을 부정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만에 하나 이같은 전산시스템의 이중 운영실태가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이는 기존 금융 IT감독 정책 방향에 있어 큰 변화를 촉발하는 사건이 될 것입니다.
과연 '판도라의 상자'에는 어떠한 데이타가 담겨져 있을 지 기대됩니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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