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시스, 금융자동화사업 LG CNS로 넘기나…의미심장한 추론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노틸러스효성과 함께 국내 ATM(현금자동입출금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엔시스가 이 사업을 그룹내 IT서비스회사인 LG CNS에 이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최근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연 매출 약 8000억원 규모(2011년 기준)의 LG엔시스 입장에서 ATM 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않다. 하지만 10년전 LG전자에서 분리된 이후 법인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 ATM은 LG엔시스를 견인해왔던 핵심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ATM사업 이관설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LG엔시스의 'ATM 사업 이관설' 자체에 대해 LG엔시스나 LG CNS 모두 아직 이렇다할 공식적인 반응은 없다. 다만 회사 주변에서는 ATM 사업 이관과 관련해 개연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앞서 지난 2008년, LG엔시스는 주요 사업중 하나였던 보안사업 전체를 LG CNS로 이관한 바 있어 사업 이관이 처음은 아니다. 당시 이관 결정에 따라 관련 보안인력도 LG CNS로 모두 소속을 옮겼다.
실제로 LG CNS 입장에서는 LG엔시스의 100% 대주주이기 때문에 자회사로부터 사업을 이관하는 등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크게 걸림돌이 될만한 것은 없다.
◆왜 ATM사업 이관할까... 뒤숭숭한 해석(?)= 다만 시장에서는 LG엔시스가 ATM사업을 LG CNS로 이관하는데 따른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관심의 초점은 역시 '왜 궂이 LG CNS가 ATM사업을 이관받으려 할까?'이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LG CNS가 ATM 사업을 이관받았다 할지라도 전체 매출 등 외형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것도 아니다.
또한 LG엔시스가 지금까지 ATM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이렇다할 실책도 없었다. ATM단가의 하락을 비롯해 사업 환경이 예전에 비해 나빠지기는 했으나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지난해 FKM이 청호컴넷에 인수된 이후, 현재 국내 ATM 시장은 기존 4파전에서 3파전으로 재편되면서 오히려 지독한 레드 오션 구도에서 서서히 탈피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LG엔시스는 노틸러스효성과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양강체제'를 구축하는 등 질적으로 시장이 개선되고 있다.
최소한 LG엔시스가 ATM사업을 도저히 더 이상 끌고 갈수가 없어서 LG CNS에게 떠맡기듯 포기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
따라서 이 사안과 관련해 관심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LG CNS로 옮겨진다. 'LG CNS의 필요에 의해 ATM사업 이관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다.
주지하다시피 LG CNS를 비롯한 IT서비스 '빅3'는 공공 IT시장 진입제한 등 강력한 시장 규제에 걸려있는 상황이다. LG CNS의 입장을 고려할때,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여러 방안의 하나로 ATM사업을 이관받는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18대 국회에서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폐기되더라도 19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규모가 큰 대기업 계열 IT회사들에 대한 압박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또한 경쟁사인 삼성SDS와 SK C&C가 최근 수년간 계열사의 합병 등으로 외형을 크게 키웠지만 LG CNS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없었다. 삼성SDS는 삼성네트웍스와의 합병을 계기로 외형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한편으론 개연성이 낮은 추론이긴 하지만, 이번 ATM사업 이관 시나리오는 LG CNS가 해외 ATM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이해되고 있다. ATM이 지난 2010년 이후 국산화가 된 만큼 해외 SI(시스템사업)에서 LG엔시스보다는 규모가 큰 LG CNS가 보다 수월하게 해외시장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엔시스는 현재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NCR과 협력을 맺은 상태이며, 독자 브랜드가 아닌 OEM방식으로 ATM을 수출하고 있다.
◆LG그룹계열 IT회사들의 역할, 대폭 조정? = 다소 과잉해석의 여지는 있으나 그동안 ATM사업이 LG엔시스의 핵심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 이관설을 좀 더 큰 그림에서 봐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LG그룹 IT계열사 전체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차원에서의 시각이다.
물론 과거에도 LG유플러스, LG CNS, LG엔시스 등 3사의 합병설은 심심치 않게 나온적이 있다. 다만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3사 합병설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다만 3사가 개별적으로 나름대로의 발전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LG CNS가 공공 IT사업의 비중을 조정하는 대신 신규사업, 마케팅 전략및 신속한 시장 대응이 요구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강화하고, 반면 LG엔시스는 LG CNS와의 협업전략을 강화해 서비스(IT아웃소싱및 유지보수), IT유통 등을 중심으로 역할을 조정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초 LG그룹은 LG엔시스의 새 대표이사로 LG CNS의 금융/통신사업을 맡았던 김도현 부사장를 임명했고, 전임 정태수 대표는 LG CNS의 부사장(금융/사업사업 본부장)으로 승진 발령시키는 교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LG CNS와 LG엔시스의 파트너십을 보다 긴밀하게 강화하기위한 인사로 해석하고 있다.
<박기록기자>rock@dd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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