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기획/SW품질] 코딩만 가치있다?…국내 SW업계 인식의 한계
[기획/SW 품질이 국가 경쟁력이다] ② “테스팅은 SW 개발의 핵심”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는 단순히 프로그램 제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 단계인 소프트웨어 기획 업무와 그 다음 단계인 테스트 업무를 포함하는 것이다. 싸이는 소프트웨어 기획 업무와 테스트 업무를 수행한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에 종사했다고 봐야 한다”
지난 2007년 가수 싸이(PSY)의 병역비리 논란이 벌어졌을 때 싸이 측 변호사의 주장이다. 당시 싸이는 한 IT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병역을 대체했으나 이후 불법성 시비에 휘말렸고, 결국 다시 입대해 만기제대 한 바 있다.
당시 싸이를 기소한 검사는 “싸이가 반박한 것처럼 프로그램 기획과 테스트를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라 신고했다면 병무청에서 (산업기능요원) 인가를 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의 이 같은 인식은 SW 개발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싸이 병역에 대한 논쟁이 일었을 때 인터넷에는 “그럼 게임 베타 테스트에 참여하면 게임 개발자냐”는 식의 주장이 만연했었다.
그러나 싸이가 산업기능요원으로 해당 업체에 뽑혔을 때 불법성이 있었느냐 없느냐의 문제나 싸이가 제대로 출근 및 근무를 했느냐는 논외로 치고 볼 때, 검사의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SW 엔지니어링 전문가는 “테스팅이 SW 개발의 영역이냐 아니냐라는 논란이 벌어지는 자체가 한국 SW산업의 문제”라면서 “테스팅은 SW 개발 전 라이프사이클에서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여전히 국내 SW 산업은 ‘코딩’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테스팅 등 SW 품질관리 인력을 전문적으로 배출하는 대학은 흔치 않다. 현재 SW테스팅을 학부과정에서 다루는 곳은 건국대, 동국대, 이화여대, 전북대, 청강문화산업대, 카이스트 등에 불과하다. SW테스팅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도 STA 컨설팅,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등뿐이다.
테스팅 인력 배출이 적은 것은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긴 했지만 SW 기업에서조차 QA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정보통신기술협회에 따르면, 굿소프트웨어(GS) 인증을 획득한 SW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품질보증(QA) 조직을 갖춘 기업이 약 7%에 불과했다.
일반 개발자들에게 SW 품질까지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얘기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SW 기업들은 개발자와 테스터의 비율이 1:1에 달하고, 의료기기처럼 인간의 생명에 직결되는 장비의 SW에는 개발자 1명당 테스터 10명이 배정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SW 개발자는 “SW 개발자는 본능적으로 새로운 기능, 새로운 화면만을 만들고 싶어하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수정하는 일에는 흥미가 없다”면서 “품질관리를 위한 전담 조직과 프로세스가 없는 상태에서 개발자들이 알아서 테스팅을 하라는 것은 품질관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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