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대표직을 내놓고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해 그룹 안팎에선 영전인지 좌천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LG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인 2차전지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는 점에서 권 사장 본인 스스로나 그룹 내부에선 영전했다고 평가하나 전지 사업의 규모가 디스플레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작고 직책 또한 사업본부장에 머물러 실적 부진 및 투자 실기에 따른 ‘좌천성 영전’이 아니냐는 외부 시각도 있다.
2일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에 따르면 권영수 사장은 신설되는 LG화학 전지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겨 김반석 부회장 밑에서 본부장직을 맡게 됐다. 신임 LG디스플레이의 대표로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TV사업본부장(부사장)이 내정됐다.
업계에선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의 LG화학행을 두고 경영 실기의 책임을 물은 좌천성 인사라고 평가한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시황 악화로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올 3분기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미 지난 3분기 5000억원 규모의 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업계 관계자들은 권 사장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을 조심스레 예측하기도 했다.
권 사장이 시장 예측에 실패했고 과도한 신규 라인 증설 투자로 적자 폭을 키운 반면 모바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해 삼성에 선수를 뺏겼다는 지적이 간헐적으로 나왔던 것도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고문직을 얻어 퇴임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라 주력 계열사의 사업부장직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LG그룹이 권 사장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것이라는 시각이다.
LG그룹은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이날 별도 자료를 내고 “이번 인사는 권 사장이 LG디스플레이를 세계최고의 기업으로 키웠듯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도 세계최고로 키워 달라는 구본무 회장의 당부와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도 외부에서 CEO로 영입해 27분기 연속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 영업이익 성장을 이뤄냈듯이 이번 권 사장의 중용도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