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실력있는 중소 IT기업, 그냥 도태돼야 하나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내비게이션 2위 업체인 파인디지털은 지난 3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이 회사는 111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올렸었다.
MP3 및 PMP 1위 업체인 코원시스템도 지난 2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3분기까지 이 회사의 올해 누적 적자액은 56억원에 이른다. 올해 연간 적자가 불가피하다. 코원시스템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5년 회사 창립 이후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시장 1, 2위 업체가 적자를 냈다는 것은 산업 지형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매출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적신호다. 두 회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반토막이 났다. 매출 감소는 제품 판매량과 출시 횟수가 그만큼 줄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들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값비싼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구매하고 난 뒤 소비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이 있으면 MP3 같은 디바이스를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도 크다. 사실상 중소 IT업체들에게는 이같은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불가항력이다. 이들 업체는 뭘 해야할까 머뭇거리다 결국 매출은 감소했고 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그간 무너졌던 제조업 기반 중소 IT 업체들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부실한 경영으로 적자를 기록했었다. 두 업체는 비교적 탄탄하게 경영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충격이 적지 않다. 코원은 지난해까지 적자를 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파인디지털은 오랜 기간 적자를 지속하긴 했으나 기술 개발을 착실히 진행한 결과 지난해 시장 2위로 올라서며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못했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려 했던 노력이 다소 부족했기에 시장 환경이 급변하자 곧바로 실적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90년대 ‘제트오디오’로 사업을 시작한 코원시스템은 다른 회사에 없는 핵심 오디오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파인디지털도 몇 안 되는 국내 전자지도 보유 업체 가운데 하나다. 음성인식 등 다양한 핵심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중소기업 특유의 아이디어와 빠른 스피드로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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