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DB는 크게 운영DB(OLTP)과 분석DB(OLAP)으로 나뉩니다. 운영DB은 현재의 거래정보를 입력하고 저장하는 용도이며, 분석 DB는 운영 DB로부터 데이터를 이관 받아 각종 통계를 내고 트렌드를 분석하는 데 사용됩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계정계와 정보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계정계는 창구∙온라인뱅킹∙ATM 등에서 일어난 거래를 처리하고, 정보계는 계정계 데이터를 끌어와서 각종 마케팅 및 전략 수립 이용할 수 있도록 분석합니다.
운영DB와 분석DB로 나누어 관리하는 이유는 하나의 시스템에서 모든 업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DB에서 트랜잭션 처리와 분석업무를 모두 할 경우 병목현상이 발생해 애플리케이션 속도가 대폭 늦어질 것입니다. 만약 ATM에서 돈을 찾았는데, 두 시간 뒤에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처리된다면 엄청난 혼란이 일 것입니다.
이 가운데 운영DB와 분석DB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고 나선 용기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ERP(전사적자원관리)의 대가(大家) SAP입니다.
SAP는 메모리 기반의 DB 어플라이언스인 ‘HANA’라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이 구현된 DB와 서버, 스토리지가 통합된 어플라이언스 시스템으로, 모든 저장공간이 하드디스크가 아닌 메모리로 구성된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까지 HANA는 분석용 DB로 사용돼 왔습니다. 디스크 대신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는 읽는 시간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AP는 HANA를 단순 분석속도를 높여주는 DB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트랜잭션처리와 분석을 하나의 DB위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속도가 빠르다는 주장입니다.
또 일반적으로 분석용 DB는 열(컬럼, column) 기반으로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지만, HANA는 컬럼 별로 읽을 수도 있고 행(로우, Row) 별로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정형 데이터와 비정형 데이터까지 모두 하나의 DB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SAP측의 설명입니다.
SAP는 2012년까지 자사의 중소기업용 ERP 솔루션인 비즈니스원과 클라우드 ERP에 이를 적용한다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HANA SP3부터 자사의 분석 플랫폼인 넷위버 비즈니스웨어하우스(BW)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직 계획 단계에 불과하지만, 만약 SAP의 비전이 현실화 된다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 것입니다. 계정계와 정보계가 통합된다는 것은 업계의 일대 혁명입니다.
이는 더 이상 ETL(추출,변환,적재)이나 CDC(변화데이터캡처), 데이터웨어하우징과 같은 기술들이 필요 없게 됨을 의미합니다. 또 계정계에서 정보계로 데이터를 이전시키기 위한 모든 프로세스도 사라집니다.
하소 플래트너 SAP 창업자는 HANA에 대해 “기업 컴퓨팅 업계의 레볼루션이 될 것”이라고 자평합니다.